경제
최고 기술력에도 ‘적자’…국내 전기차 배터리 수익은 언제쯤?
입력 2016-08-04 18:01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제조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좀처럼 힘을 못쓰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오래 전부터 투자를 해왔다. LG화학은 1998년, 삼성SDI는 2000년부터 충전해서 재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보고 중대형 배터리 생산에 뛰어든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공장 건설에 나섰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배터리 사업에서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들을 육성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후퇴하고 있고, 한국 업체들도 성장이 정체상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일본 파나소닉이 32.5%로 2위 중국 BYD(15.1%)보다 2배 이상 앞선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 점유율은 LG화학(5위) 7.8%, 삼성SDI(6위) 5.2%, SK이노베이션(8위) 2.9%에 그치고 있다.

이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파나소닉 점유율은 6.5%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7.3%를 기록한 BYD는 올해 점유율이 두 배 넘게 올랐다. LG화학(지난해 7.6%)과 SK이노베이션(2.3%)는 점유율을 소폭 늘리는 데 그쳤고 삼성SDI(6%)는 오히려 하락했다.
점유율보다 더욱 심각한것은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3사가 배터리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이들 업체들은 올해 2분기 배터리 사업에서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가 포함되는 중대형 배터리 사업에서 본 손해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지않은 시간 투자를 해온 국내 업체들이 언제쯤 수익이 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중대형 배터리 시장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공급자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지고 제조원가도 높은 편”이라며 시장 규모가 성장하면 몇 년 안에 중대형 배터리 사업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고 그 뒤에는 이익을 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이유로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일본·중국보다 앞섰다는 것을 들었다. 그는 테슬라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은 소형 배터리를 여러 개를 연결시킨 형태의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고 있고,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이원계 배터리 제조가 주력”이라며 국내 업체들은 삼원계 중대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어 충전 용량과 전력 운영 안전성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중대형 배터리 부문 원가 경쟁력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회사가 이 사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2009년 1월 GM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후 7년 6개월이 지났지만 이 부문 수익성은 여전히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법은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 있다고 말한다. 중국 정부가 최근 전기버스 보조금 대상에서 한국 업체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를 제외 시켰다. 또 정부 배터리 인증심사에서도 LG화학과 삼성SDI를 탈락시켰다.
이들 양사는 중국 정부로부터 배터리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지 업체와 합작하고 부품만 공급하는 식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책 이슈가 해소되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매출은 증가하고 적자폭도 줄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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