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글로벌 유동성 전쟁, 주름살 깊어진 한국은행
입력 2016-08-04 17:21 

전세계 각국이 유동성 전쟁에 나서면서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저성장·저물가가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 각국이 적극적으로 돈을 풀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과열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3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0%대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소비자물가 역시 3개월 연속 0%대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한국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부각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오히려 유입돼 달러 대비 원화값은 오히려 강세를 보이면서 1100원대 초반까지 오른 상황이다. 7월 수출은 석 달만에 다시 두자릿수 감소(-10.2%)를 기록했다.
KDI는 4일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소멸하고 기업 구조조정 여파가 생기면 경기가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부진한 거시경제지표를 놓고 교과서적으로 따져보면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침체 골이 깊어지는 것을 막고 원화값이 치솟는 것을 저지할 필요가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장기간 저금리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추가 완화정책도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한은은 2011년 6월이후 길게는 1년여, 짧게는 3개월간의 간격을 두고 금리를 꾸준히 내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은 2011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는 2%대에 머물렀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내다보고 있지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지연 및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한 4분기 소비절벽 등의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도 크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도 이같은 고민은 잘 드러난다. 많은 금통위원들이 사상 최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와 부동산 과열문제를 지적한 가운데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반기에 예상되는 하방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는 금리정책 뒷받침 주장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많은 시장 관계자들과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상이 지연되면서 결국 한은이 하반기 추가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미간 적정금리차 및 통화정책의 실물경기 파급효과를 둘러싼 전통적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며 좀 더 신축적인 금리조정의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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