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드배치 열흘만에 말 바꿨다…안보원칙 실종
입력 2016-08-04 16:52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등에 관한 지역 민심을 청취하고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이완영(고령.성주,칠곡)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TK) 지역 초·재선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재훈기자>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군 성산리(성주포대)가 아닌 다른 지역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졸속 결정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지역 주민과 정치권의 거센 반발, 중국의 전방위 압박에 못이겨 성산리의 성주포대가 최종 입지라고 발표한 뒤 열흘 만에 말을 바꾸면서 국가 안보의 원칙과 기준마저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특히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안보 마지노선이라는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준비 부족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정부의 갈등 조정 능력 또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재선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 및 대구·경북(TK) 초선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 지역과 관련해 성주 군민들의 불안감을 덜어드리기 위해 성주 군민이 추천하는 지역이 있다면 면밀히 조사하고 그 결과를 상세하게 국민에게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완영 의원이 성산포대가 위치한 성산은 성주 군민들이 자고 일어나면 보는 그런 산인데, 마을과 너무 지근거리에 있기 때문에 성주군민 반발이 크고 투쟁강도는 강해지고 있다”고 언급하자 박 대통령은 그렇다면 성주 군민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새로운 곳에 대해 정밀히 조사·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성주군내 다른 곳으로 배치 지역을 바꿀 경우 현 정부 임기내 사드 배치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여론의 비난을 빗겨가기 위한 ‘출구 발언 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방부 역시 그동안 성산포대 외 다른 부지 검토 가능성을 일축해 왔으나, 이날 박 대통령 말 한마디에 성주에서 다른 부지 가용성 검토를 요청하면 평가 기준에 따라 검토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다.

국방부는 그동안 성주지역 일각에서 성주군의 염속산과 까치산 등이 제3후보지역으로 거론된 데 대해 실무차원에서 검토했으나 부적합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지난달 25일 입장 자료에서 제3후보지와 관련해 국방부는 자체적으로 부지 가용성 평가 기준에 따라 실무차원에서 검토한 결과, 부적합한 요소들을 많이 발견했다”면서 따라서 (사드 배치 부지에 관한) 국방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성주군 일각에서는 주변에 사람이 살지 않는 성주군 금속면 염속산(해발 약 700m)과 까치산 등 제3후보지가 거론됐다. 실제 국방부는 염속산에 대해 실무자들을 보내 적합성 검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염속산에 대해서는 실무차원에서 가용성 여부를 검토했으나 부적합 결론을 내렸다”면서 염속산은 과거 공군기지가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고 민간업계의 통신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 정영길 공동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성주에서 사드배치를 철회하는 것을 바라지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바란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은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 것은 사드배치 지역을 성주로 정한 것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성주군민은 사드배치 철회를 원하지 성주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남기현 기자 / 안두원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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