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8월 2일 뉴스초점-'한류 보복' 괴담이길
입력 2016-08-02 20:46  | 수정 2016-08-02 20:51
'느와르'
불어로 어둡다, 암울하다는 뜻입니다.

1980년대, 군사정권 아래 민주화의 절규가 가득했던 우리의 사회상이 마치 느와르 같았죠.

그래서 배신·복수와 같은 어두운 주제의 홍콩 영화가 우리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웅본색·첩혈쌍웅·지존무상.
그 시절을 살아본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옷깃을 세우고 이쑤시개를 입에 물어 콧구멍에 끼우는 장난을 하고, 여성들은 장국영·주윤발·유덕화 등 인기 배우에 열광했습니다. 이렇게 1980년대 우리의 문화를 주도한 건 홍콩발 느와르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바뀌었죠.
K-POP과 드라마, 웹툰 등 중국인들의 한류 사랑은 80년대 홍콩 느와르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14년을 기준으로 중국에 수출된 한류콘텐츠 총액은 1조 4천억 원을 넘었고, 매년 4~5%씩 늘고 있습니다. 한류 스타는 물론이고, 방송포맷·제작인력까지 중국 현지에 진출하고 있죠.

지난 6월엔 중국 최대 온라인 뉴스 미디어 플랫폼이 한중교류 채널을 개설했고, 우리 정부는 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을 위해 500억 원 규모의 펀드도 결성했습니다.

실제로 소녀시대 윤아의 작품당 출연료가 20억 원에 이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여배우 추자현의 편당 출연료는 1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위기'가 닥쳤죠.

'한국 드라마·연예인 방송금지'
'신규 프로그램 중단'
'재승인 보류'

물론, 아직 확실한 건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이란 말은 앞으로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는 거죠.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장쑤위성 TV과 우리 방통위의 면담이 돌연 취소됐고, 어제는 중국 국가신문출판 광전총국이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내 활동을 규제할 거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원인은 바로 이것, '사드'였지요. 중국이 미국의 주한 사드배치를 반대하면서 경제적 보복 조치를 예고했고, 지금 그게 실현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한 중국 전문 기획사 대표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진행 중이던 계약이 잠정 보류되거나 중단된 경우들이 생겨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지난달,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지역 안보포럼은 대한민국 외교력의 시험 무대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우려를 담은 원론적인 성명만 나왔을 뿐, 사드 배치에 관한 주변국과의 그 어떤 외교적 성과도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문화 장벽'부터 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힘들게 쌓아놓은 한류를 정부가 무너뜨리는 상황이 와선 안될 겁니다. 이란에서, 몽골에서, 수십조 원의 수주를 해온들 한류를 망친다면 국민들은 기뻐하지 않을 겁니다.

외교적인 사안인 만큼 사드 배치를 번복하기 힘들다고요? 그럼 한류를 지키기 위한 외교력이라도 한 번 발휘해주길 기대해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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