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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책점은 0인데…’ 허프의 잔인하고 지독했던 3회말
입력 2016-08-02 20:31  | 수정 2016-08-02 20:45
LG 외인투수 데이비드 허프(사진)가 2일 두산전에서 8실점을 허용했다. 자책점이 하나도 없었다. 당혹스런 상황이 이어지며 마운드를 버텨내지 못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황석조 기자] 지난 등판의 기세를 이어가려던 LG 외인투수 데이비드 허프가 한 순간에 허물어졌다. 8실점을 허용했으나 자책점은 하나도 없었다. 연이어 터져 나온 실책과 당혹스러운 상황이 그의 정상적인 피칭을 어렵게 만들었다.
허프는 LG의 후반기 키플레이어다. 전반기 막판 주춤한 팀 성적을 되살릴 새 카드로 꼽혔다. 보여준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첫 선발등판이었던 21일 넥센전에서 비교적 호투했다. 27일 롯데전에서는 7이닝 동안 1실점하며 기대감을 드높였다. 좌완으로서 150km에 달하는 빠른 속구와 체인지업이 빛을 발휘했다. 기대 이상의 모습에 사령탑도 만족스러운 반응을 내비쳤다. 2일 경기 전 양상문 감독은 허프가 상대타자 분석을 많이 한다. 구종에 상관없이 제구력도 좋은 편”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분석도, 지난 번 기세도 소용없는 경기내용이었다. 3회말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야수진의 실책 및 여러 기묘한 상황 속에서 그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2회까지 순항한 허프. 타선에서 손주인이 선제 솔로포를 때려내며 어깨를 가볍게 했다. 문제는 3회말이었다.
선두타자 김재호에게 안타를 허용한 허프는 이어진 박세혁을 땅볼로 잡아냈다. 2루수 손주인의 호수비가 빛났다. 그러나 이후부터 어려움이 시작됐다. 이어진 류지혁의 내야타구도 손주인이 기가 막힌 호수비를 보이며 잡아냈다. 이 때 2루 주자 김재호가 3루에서 떨어져있었고 손주인은 3루수 히메네스에게 송구했다. 결국 김재호는 홈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고 런다운에 걸렸다.
그 때 3루수 히메네스는 무리한 판단을 했다. 타이밍을 보며 주자를 몰던 그는 포수 박재욱에게 공을 송구하지 않고 직접 태그를 시도했다. 홈 판정은 세이프. LG 측이 합의판정을 요청했지만 번복은 없었다. 사유는 홈 충돌방지 규정 위반. 히메네스의 태그가 빨랐지만 들어오던 주자가 포수와 부딪혔고 심판은 규정을 들어 세이프를 선언했다.
허무하게 실점을 내준 허프의 수난은 끝이 아니었다. 흔들린 그는 허경민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줬다. 이어 정수빈이 때린 타구는 투수 앞 땅볼. 병살이 충분히 가능했지만 그는 아무곳에도 공을 던지지 못했다. 결국 추가실점을 내줬다.

이어 민병헌에게 또다시 내야안타를 내줘 주자는 만루가 됐다. 허프는 더욱 흔들리며 와일드피치를 범했고 3루 주자의 득점도 막지 못했다. 공이 빠진 뒤 던진 박재욱의 송구가 허경민의 몸에 맞으며 또 다시 추가실점을 허용했다.
이후 뭇매를 더 맞으며 허프의 실점은 8점까지 늘어났다. 결국 3회를 마치지 못한 채 마운드를 유재유에게 넘겼다.
이날 허프는 8피안타를 맞으며 8실점을 허용했으나 자책점은 없었다. 야수진의 도움도 없었고 당황스러운 상황이 이어진 가운데 스스로 흔들림을 막지 못했다. 지난 등판서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박재욱과의 호흡도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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