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자기자본 4조넘는 증권사에 어음발행 허용
입력 2016-08-02 17:33  | 수정 2016-08-02 20:17
내년 4월부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만기 1년 이하 어음을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발행해 영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또 자기자본이 8조원이 넘는 증권사는 한도 제한 없이 개인고객 돈을 모아 기업대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종합투자계좌(IMA·Investment Management Account)'를 새로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예금처럼 원금 보장까진 안 되지만 사실상 준은행 업무가 허용되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2011년 12월부터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에 헤지펀드 자금중개를 열어주는 등 증권사 대형화를 통한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5년 가까이 지났지만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은 여전히 3조~6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물론 일본 노무라(28조원), 중국 중신증권(25조원), 말레이시아 CIMB(11조원) 등 아시아 대표 증권사에 비해서도 규모가 턱없이 작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2일 금융위는 4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충족한 대형 증권사에 △발행어음 및 종합투자계좌 허용 △자본건전성 비율 규제 완화 △기업 환전업무 확대 △부동산신탁업 겸업 허용 등 내용을 담은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하반기 중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 2분기부터 변경된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날 금융위가 내놓은 초대형 IB의 자기자본 기준은 '4조원 이상'과 '8조원 이상'으로 이원화됐다. 애초 시장에선 '5조원 이상'설이 유력하게 돌았지만 이렇게 하면 '통합 미래에셋증권' 한 곳만 혜택을 보게 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는 NH투자증권(4조5000억원)과 미래에셋대우(4조3000억원) 두 곳뿐이다. 또 연말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한 뒤(자기자본 3조8000억원) 일부 자본을 확충하면 4조원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이후 출범할 통합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자기자본이 6조7000억원 선이어서 앞으로 1조3000억원을 확충해야 IMA 등 초대형 증권사 업무가 가능해진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 10조원 이상 초대형 IB 출현을 목표로 한다"며 "이번 방안은 주요 증권사 자기자본 수준이나 확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10조원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일단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대해 자기자본 대비 200% 이내에서 자기어음(CP)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발행어음은 간편한 절차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수시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50% 이상 기업금융에 쓰면 레버리지비율 산정 때 부채에서 제외함으로써 기업대출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위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는 기업 외국환 업무 중 현행 선물환뿐만 아니라 현물환까지 취급할 수 있도록 해주기로 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발행어음이나 외국환 업무는 물론 IMA와 부동산신탁업 겸업도 허용된다. 자기자본이 클수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줘서 단계적 대형화를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IMA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증권사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일반 예금 대비 0.2%가량 높은 금리를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기존에 증권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이었던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주가연계증권(ELS)은 레버리지비율 적용을 받았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IB에 대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해 그동안 잠자던 금융투자업계의 '야성적 충동'을 깨울 수 있어 환영한다"면서도 "발행어음이나 외국환 업무 확대가 4조원 미만 종합금융투자회사에 적용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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