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맞서 엿새째 학교 본관을 점거 중인 이화여대 재학생들이 졸업생들과 함께 ‘졸업장 반납 시위를 벌였다. 전날 최경희 총장이 학생들의 시위에 ‘외부세력이 개입됐다는 주장을 하고 지난 주 물리적 충돌과정과 관련해 학교측이 고소 가능성을 열어둔 데 대한 반발 시위다. 한치 양보 없는 대치 속에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애시당초 정부가 돈줄을 틀어쥐고 대학을 통제하는 관행도 ‘이화여대 사태의 한 배경이라는 비판이 커지는 중이다.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은 2일 이화여대 정문 앞에 졸업장 사본을 붙이고 졸업장 반납 시위를 벌였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이날 4차 성명서를 내고 총장의 고소장 접수 시사 발언은 대화를 원한다는 학생들에게 또다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스승이 학생을 고소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고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전날 열린 학교 측의 기자회견에서 최 총장이 학교 차원의 고소장 접수 계획은 없지만 감금됐던 교직원들의 개별적인 고소는 막을 수 없다”며 고소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전날 최 총장이 언급한 ‘외부세력 개입 발언과 관련해서도 학생들은 비난을 쏟아 붓고 있다. 최 총장은 정치권에서도 우리 학교를 방문하겠다고 한다. 제발 순수한 우리 학생들만 나와달라. 그럼 밤새도록 대화한다. 왜 학내 문제에 시민단체가 들어오고, 정치권이 개입하려 하느냐”고 말했다.
최 총장 말에 대해 학생들은 대체 어디에 외부세력이 있단 말이냐”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본관점거 농성과정 중 1600명의 경찰력이 투입되는 물리적 충돌 사태 속에서 양측간 소통 및 신뢰의 연결고리가 아예 상실됐다는 해석이 많다.
앞서 이대는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계획을 발표해 2017년부터 신입생 150여명을 뽑기로 했다. 미래라이프대학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으로 이대는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와 함께 사업 참여 대학으로 선정됐다.
학생들은 학교의 학위장사, 교육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반발해 지난달 28일부터 본관 1층과 계단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치 물러섬 없는 학교와 학생들 간 대치국면에는 ‘최고 여대라는 이대생들의 자부심과 맞물려 정규 입시제도가 아닌 평생교육 단과대를 수용할 경우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대 출신의 직장인 K모씨는 연대나 고려대 등 다른 학교가 같은 상황에 놓이더라도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최 총장이 재학생들과 동문을 무시하고 학위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이화여대는 대학 인문역량강화(CORE)사업을 따 내 3년간 96억원의 정부 예산을 확보했고 5월에는 연간 50억원이 지원되는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 사업인 ‘프라임사업 참여까지 확정됐다. 실제 프라임 사업의 경우, 중앙대, 경희대, 인하대 등은 학내 구성원들 반발이 커지면서 결국 참여가 좌절된 바 있다. 최 총장이 ‘재정지원사업 외연에만 골몰해 학교의 전통적 가치를 포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내·외부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각대학들을 정부 입맛대로 재정을 틀어쥐고 맞춤식 학제개편을 진행한 것이 갈등의 불씨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지역 B대학 교육학과 C모 교수는 매년 평가 위주의 사업 운영이 재정지원과 맞물려 실시되다 보니 각 대학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며 대학 측은 사활을 걸고 ‘일단 사업을 따고보자는 식이 되다 보니 언젠가 터질 일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회 측은 이날 성명서에서 지난 5월 프라임 사업때도 ‘학생들 이야기를 듣겠다 해놓고 그냥 사업을 통과시킨 전력이 있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건 사업 잠정 중단이 아니라 폐지”라고 주장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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