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부, 대우조선 1조 리스크 폭탄돌리기?
입력 2016-08-02 16:46 

소난골(앙골라국영석유회사) 드릴쉽(이동식 석유시추선) 2기 인도지연으로 1조원가량 유동성 확보에 차질이 생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정부가 무역보험공사(무보)를 활용한 대책을 마련한 것에 대해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난골 자체가 대규모 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무보의 단독 지원 여부를 떠나 인도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SC은행은 최근 소난골 드릴쉽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스탠다드차타드(SC)의 소난골 드릴십 대출에 대해 무역보험공사가 단독 보증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초 소난골은 드릴십 인도시 필요한 1조원가량 잔금을 노르웨이 수출보증공사(GIEK)와 한국의 무역보험공사로부터 각각 37%와 63%의 보증을 받아 SC로부터 대출받기로 준비해왔었다. 하지만 37% 보증을 서주기로 했던 GIEK가 최근 발을 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문제는 소난골 자체의 위기다. 앙골라가 지난 4월 IMF(국제통화기금)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앙골라의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에 대한 신용등급을 줄줄이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소난골은 지난 6월 만기가 도래한 SC 등 글로벌 금융회사 22곳에 대한 대규모 여신에서 연체(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했다. 소난골은 채권단에 변제기한 유예(waiver)를 요청하고 7월말까지 답변을 달라고 했지만 답변 시한은 8월 중순으로 늦춰진 상태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난골 자체의 변제기한 유예가 무산될 경우 대우조선 드릴쉽 인도 건은 무기한 연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소난골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경우 무보는 상당부분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무보가 100% 보증을 하고 대출이 이뤄진 뒤에 소난골이 채무불이행 사태로 갈 경우 무보는 SC 등 글로벌 채권은행에 대출금액(9억 9000만달러)을 전액 상환해줘야 한다.
이후 무보는 차주(소난골)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무보는 선박 본선(드릴쉽)에 대한 담보 외에 용선료에 대해서 추가적인 담보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드릴쉽은 엑손모빌이 소난골로부터 용선을 해서 쓰기로 예정돼 있다. 오일 메이저인 엑손모빌이 실제 드릴쉽 운영을 맡아서 석유를 생산하고 용선료를 소난골에 지급하는 구조다. 이 용선료를 제 3의 계정에 지급하도록 하고 문제가 생기면 이를 상환 재원으로 쓰는 방식이다.
그러나 드릴쉽은 감가상각이 크기 때문에 채권 회수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원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엑손모빌이 제대로 설비를 돌릴지도 의문이어서 용선료를 확보하는 것도 큰 실익이 없을 수 있다. 제 3의 오일 메이저에 매각이 될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소난골 리스크로 유동성 확보 계획에 차질을 빚은 대우조선은 선주들과 협상을 벌여 선박 건조대금을 조기에 지급받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유럽계와 아시아계 선주들과 협상을 벌여 총 선주사 4곳에서 총 4억 7000만달러를 먼저 받기로 했다. 대우조선은 이 자금이 8월 말과 9월 초에 입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금으로 9월 초에 만기가 돌아오는 4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상환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이와는 별도로 해양프로젝트를 발주한 또 다른 선주사 1곳으로부터 1억 5000만달러를 조기에 지급받는 방안에 대해서 원론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2014년 수주했던 한 LNG운반선 계약(2척)의 경우 4억 1500만달러에 수주했으나 이번에 일부 건조대금을 조기에 받기로 하면서 3억 8000만달러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계약당시에 원화값이 현재보다 달러당 90원 안팎 높았기 때문에 원화 환산 수주액은 4297억원에서 4278억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대우조선 입장에서는 환차익을 포기하고 시급한 유동성을 미리 확보하는 실리를 챙긴 셈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선주가 선박 건조대금을 선지급함에 따라 부담해야하는 금융, 이자비용을 고려해서 계약금액 할인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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