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놀다보니 일흔” 동갑내기 작가 2인전
입력 2016-08-02 15:54 
윤광조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더라.”
일흔의 미덕을 공자는 이렇게 설파했다. 공자는 논어 ‘위정 편에서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라 했다. 일흔을 일컫는 말로 ‘고희 혹은 ‘희수라는 표현도 있지만 ‘종심(從心)이라는 말도 쓰는 이유다.
여기 이성과 논리보다는 마음을 따르는 즉흥성과 직관으로 작업하는 두 명의 일흔 작가가 있다. 현대적인 분청사기의 1인자인 윤광조(70)와 추상 회화 작가 오수환(70)이다.
서로를 윤 도사” 오 대인”이라 부를 정도로 절친한 50년 지기인 이들이 한 공간에서 2인전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놀다보니 벌써 일흔이네: 유희삼매라는 전시 제목부터 발걸음을 재촉한다.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하1층과 1층엔 윤광조의 분청사기 40여 점이 놓여 있고, 2층부터 4층까지는 오수환의 회화 40여 점이 걸려 있다. 198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총 80여점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각각 홍익대와 서울대를 나온 윤광조와 오수환을 엮어주는 공통분모는 순진무구한 동심의 눈으로 자연을 예찬한 장욱진 화백(1917-1990)이 있다. 그림은 직업이 못 된다”는 장욱진의 만류에도 이 둘은 막무가내로 가시밭길 예도(藝道)로 들어섰다. 예술은 좋아서 하는 거지, 돈을 벌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열악한 국내 풍토에서 전업 작가로 평생을 산 윤광조의 생활고는 미뤄 짐작할 수 있을 법하다. 청자와 분청사기를 만들어낸 ‘도자의 왕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대중들의 현대 도예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윤광조는 전업 작가 삶을 마치 알몸으로 가시덤불을 기어 나오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전시실 1층에 전시된 ‘산동(山動)이나 ‘혼돈은 우리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으로 현대적인 조형미가 압권이다. 기능성보다 예술성과 독창성에 무게를 뒀다.
오수환은 마치 먹으로 그린 듯 호방하고 장대한 기개를 보여주고 있다. 놀랍게도 캔버스 위에 유화로 그린 작업들이다. 거침없는 선과 획이 초월적인 경지를 가늠케 한다. 최근작일수록 군더더기가 없다.
오 화백은 내 그림의 궁극적인 고향은 논리적이 아닌 직관적인 표현, 알 수 없고 쓸모없는 기호적 표현, 의미 없는 기호를 보여주는 데 있다”며 보는 사람에게 상상력을 자유롭게 해방시켜 우주의 무한한 공간에서 노닐 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둘은 장르는 다르지만 도가와 불교를 비롯한 동양 정신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인위적인 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스러움과 꾸밈 없음을 최고의 가치로 둔 장욱진 화백과 묘하게 닮았다. 전시는 21일까지. (02)736-1020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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