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영란법 신풍속도…3만원미만 '영란세트' 등장
입력 2016-08-02 09:24  | 수정 2016-08-02 09:25
사진=MBN
김영란법 신풍속도…3만원미만 '영란세트' 등장



"이것 좀 보세요. 오늘도 예약 손님이 딱 두 팀이에요. 그때 가선 얼마나 더할지…."

서울 광화문에 있는 모 한정식집 지배인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 타격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당일 예약자 명단을 보여주며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그는 "평일 저녁에 보통 예약이 8~9건씩은 들어왔는데 최근 들어 매출이 부쩍 줄었다"라며 "요 며칠 김영란법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면서 벌써 방문을 기피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한정식집 및 중식당 등은 메뉴 변경이나 가격 인하 등을 적극 검토 중입니다.

종로구 청진동에 있는 한 고급 한정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전 매장에서 저녁 메뉴 가격을 내릴지, 아니면 3만원에 맞춘 메뉴를 새로 내놓을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스 메뉴만 제공되는 이 식당은 점심 코스 메뉴는 2만 5천원이지만, 저녁 메뉴가 4만5천원부터 시작돼 법 시행 후 저녁 시간대 손님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식당 관계자는 "다행히 법 시행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지만, 재료비나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무작정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걱정했습니다.

시행 전부터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아예 3만원 이하로 맞춘 메뉴를 이미 개발한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해초바다요리 전문 식당 '해우리'는 법이 발효되는 내달 28일부터 10개 직영매장에서 1인 기준 2만9천원의 '해우리 저녁 특정식'을 출시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해우리의 최저가 저녁 코스 메뉴는 3만6천원이었지만, 법이 시행 후에도 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매출 감소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해산물 전문점은 회와 국물 요리 세트 메뉴인 이른바 '영란세트'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격은 3인분에 7만원으로, 1인당 2만3천원 꼴입니다.

백화점 업계도 아직 법 시행 전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이번 추석에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물량을 기존보다 20∼30% 늘리며 사전 대응에 나섰습니다.

실제 전날 중구 소공로에 있는 A백화점 지하 식품 판매장 입구에는 5만원 이하로 구성된 견과류와 차(茶), 생필품 선물세트가 잇따라 진열돼 있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추석 대목이 아니라 하더라도, 백화점의 경우 보통 드나드는 사람이 가장 많은 매장 입구에 과일이나 한우 선물세트 등 상대적으로 고가 상품을 진열해놓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선물세트 판매대 직원은 "추석 선물세트는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나올 텐데 이번에는 김영란법이 적용되지 않아서인지 따로 지침이 내려오진 않았다"면서도 "명절 선물 단체 주문을 문의하는 고객 중에서 저가 선물 상품을 찾는 고객이 지난 설에 비해서는 확실히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프리미엄 선물세트만을 고집하던 특급호텔들도 콧대를 확 꺾었습니다.

예년보다 저가 선물세트를 대폭 늘렸고, 선물세트 출시일도 앞당겼습니다.

업계에서는 김영란법 영향으로 호텔에서 상대적으로 판매 실적이 저조하던 베이커리류 등 저가상품이나 호텔 PB제품의 판매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쉐라톤 워커힐 서울 호텔은 김영란법에 대비해 올 추석 선물세트 가운데 '대추야자 특선'을 새롭게 출시했습니다. 가격은 4만9천원입니다.

리츠칼튼 호텔 서울도 예년보다 2주 정도 빠른 지난 1일 선물세트 판매를 시작하고 기존에 없던 5만원 이하의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독일 차 브랜드 '로네펠트' 선물세트와 리츠칼튼 브랜드의 부티크 와인인 '샤도네 리츠칼튼 꾸베 스티븐 켄트'(Chardonnay, Ritz-Carlton Cuvee, Steven Kent)를 각각 4만4천원에 판매 중입니다.

서울시내 특급호텔 관계자는 "이번 추석이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명절이어서 그런지 고가보다는 중가 가격 상품의 구매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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