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기업 달러채권에 큰손들 몰린다
입력 2016-08-01 17:42  | 수정 2016-08-01 20:14
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센터에는 최근 국내 기업이 국외에서 발행한 외화채권을 찾아달라는 고객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거액 자산가들이 알음알음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PB센터에 해당 상품을 요청해 오는 것이다.
PB센터 관계자는 "증권사가 먼저 권유할 수 없는 상품인데도, 고객들이 알아서 1억원 이상을 사겠다고 문의해온다"며 "대기번호까지 주고 홍콩시장에서 좋은 상품을 찾으면 고객과 연결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은 증권거래신고서를 작성하지 않는 상품이라 증권사가 판매 권유를 할 수 없지만 이미 강남 큰손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 인기가 높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 및 대형 증권사 PB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이 국외에서 발행하는 달러표시채권(KP·코리안페이퍼)을 사겠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성 자금이 이 같은 상품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환차익까지 고려하면 원화로 발행되는 국내 회사채보다 실질금리가 1~2%포인트 가까이 높고, 장기채는 비과세·분리과세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투자 매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해외채권 발행 기업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높다는 것도 이점이다.
실제 중소기업진흥공단이 2006년 발행한 10년 만기 달러표시 해외채권은 현재 홍콩 등 국외시장 유통수익률이 연 1.4% 선이다. 하지만 원화환산 수익률은 연 3.15%에 달해 이 기업의 국내채권 수익률(1.22%)보다 1.93%포인트나 높다. 같은 해 발행된 한국서부발전의 해외채권도 원화환산 수익률이 연 2.81%로 원화채 수익률(1.24%)보다 1.57%포인트 높다. 임정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과 수익률이 평균 1%포인트를 넘는 등 투자 메리트가 두드러지는 상품은 만기가 6개월 안팎 남은 해외채권 단기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한국서부발전의 해외채권 모두 다음달에 만기가 돌아온다.

만기 예정일이 한두 달 안팎으로 다가온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채권도 유통수익률이 각각 0.76%와 1.01%에 불과하지만 원화환산 수익률은 각각 2.57%와 2.5%에 달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수익률이 낮더라도 세금은 피하고 싶다"는 슈퍼리치들의 성향 역시 국내 기업의 해외채권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의 외화채권에는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되지만 1999년 이전에 발행된 채권은 이자소득세 14%가 면제되고, 투자자는 나머지 1.4%의 농어촌특별세만 내면 된다. 만약 10년 이상 장기채에 투자한다면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며 자본차익과 환차익은 비과세된다.
한 시중은행 센터장은 "주로 50억~100억원대 자산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투자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회사채 비수기에 주식투자 역시 변동성이 높다보니 안전자산인 채권으로의 수요는 높지만 외화채권 우량물 대부분을 기관들이 충당하고 있어 개인이 할당받을 수 있는 물량이 거의 없어 대기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전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공기업 해외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국내 금융사가 발행한 해외채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017년 2월 만기 예정인 BNK부산은행의 해외채권의 경우 유통수익률은 1.53%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2.46%로 원화채 수익률(1.28%)보다 1.18%포인트 초과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도 IBK기업은행(1.15%포인트) 등 만기가 6개월 안팎인 금융사 해외채권들이 원화채 대비 1%포인트가량 높은 수익률을 나타낸다.
[고민서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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