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경제 ‘거품의 공포’ 2분기 신용카드론 9년래 최대폭 증가
입력 2016-08-01 16:39 

미국 은행들이 신용카드 대출을 급격히 늘리면서 카드론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저금리에 시달려온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신용카드론 유혹에 빠져 무리하게 이를 늘렸고, 자칫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카드론 거품 붕괴 위험이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집계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의 올 2분기 신용카드와 마이너스통장을 통한 대출은 2007년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주요 은행들은 최근 3개월간 신용카드론과 다른 리볼빙 대출을 180억달러(약 20조원)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웰스파고는 2분기에 신용카드 대출을 전년동기 대비 10% 늘렸고, 씨티그룹은 12%, US뱅크는 16% 각각 키웠다고 도이치뱅크는 분석했다.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선트러스트은행은 같은 기간에 무려 26%나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미 금융권은 항공 마일리지나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카드론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고 금융 소비자들도 이에 편승했다고 FT는 전했다. 자산 기준으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완화해 신용도가 다소 낮은 고객에게도 신용카드를 발급해왔다. 연준에 따르면 미 은행권 전반에 걸친 2분기 신용카드와 다른 리볼빙대출 규모는 6850억달러(약 774조원)에 달했다. 이는 계절조정을 거친 연율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늘어난 수치다.

신용카드 대출 팽창은 미 금융권 수익 부진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평균 12~14%에 달하는 이자율을 부과할 수 있는 신용카드 대출은 은행권에 매우 수익성이 좋은 사업중 하나로 꼽힌다. 이자 마진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은행들이 초저금리 하에서 기존 대출로는 만족할만한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되자 카드 대출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윌리엄 로저스 선트러스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매우 빠른 속도로 소비자에 대한 직접대출을 늘리고 있다”며 이는 금융회사 이익 압박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다가온 미국 대선, 브렉시트, 에너지 가격 급등락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데다 신용 사이클이 고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는데도 신용카드론이 부쩍 늘어나는건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낸시 부시 NAB리서치 은행애널리스트는 현재까진 별 문제 없지만 2007~2008년 부동산시장 급락을 경험했듯이 환경은 매우 빨리 변할 수 있다”며 은행들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밥 햄머 신용카드 컨설턴트도 지금은 상황이 괜찮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싱크로니파이낸셜은 향후 신용 대출을 갚지 못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신용 손실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대출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고 있는 형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JP모건은 카드 부문 손실에 대비해 2억5000만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올 2분기에 추가 적립했고 캐피털원도 신용카드사업에 대한 손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2억9000만달러의 충당금을 2분기에 추가했다다. 미국 3위 은행인 웰스파고는 올 1분기에 2억달러의 충당금을 쌓은데 이어 올 2분기에도 충당금 1억5000만달러를 추가로 적립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