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방 ‘간호사대란’…“인력없어 병원 문닫을판”
입력 2016-08-01 16:13  | 수정 2016-08-01 23:19

300병상을 갖춘 우리 병원도 지금 간호사가 모자라서 한 병동을 못 열고 있습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시행되면 종합병원으로 빠져나가는 간호사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이성규 동군산병원 이사장은 간호사 10명이 필요하다면 6~7명도 채용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임금 수준을 높이고 밤샘근무를 줄이는 등 안간힘을 써도 이직률이 40%에 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도시 병원장은 경력 간호사 초임으로 약 3500만원을 제시해도 인력을 확보하기 힘들어 환자들에게 양질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 존립의 위기를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지방병원은 의사보다 간호사 확보로 병원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오는 2018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간호사 확보에 대한 서울·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 환자들은 똑같은 돈을 내고 서울환자만큼 간호간병서비스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간호간병서비스는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환자를 24시간 돌보는 서비스다. 간호간병 시범서비스를 시행중인 병원들에 따르면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는 87%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5개 병상에 간호간병서비스를 시행중인 인하대병원 최화숙 간호팀장은 간호사 1인당 환자 6~8명을 돌보는 구조이고, 간호조무사 1~2명과 병동도우미 1~3명이 도움을 주고 있다”며 초기에는 역할에 혼선도 있고 업무부담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환자가 더 빨리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들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간호사 얼마나 부족하나
전국 252개 시군구중 94곳은 간호사가 아예 없거나 인구 수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1개 지자체에는 보건소 근무자등 의무배치 인력을 제외하면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한 명도 없는 곳도 있었다. 간호사들이 처우와 근무환경이 좋은 수도권과 대형병원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대한간호협회가 통계청의 ‘2014 지역별 의료인력현황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 현재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 14만7000명 가운데 46%가 수도권에서, 56%가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근무한다.
자료에 따르면 활동 간호사 1명당 담당인구는 평균 343명이다. 지역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충북 증평군의 경우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인구는 5795명으로 전국 평균의 17배에 달했다. 경기 과천시가 4127명으로 12배, 충남 계룡시가 2028명으로 6배, 경기 양주시, 충북 진천군, 경기 하남시 등도 5배 이상 많았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어디에 몇 명이 근무하고 있는지 정확한 실태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간호사수가 200명 이하인 94개 시군구 지역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호대 정원 늘려야 vs 처우개선이 우선
간호사 수급 불균형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정부와 의료기관, 관련단체들은 간호사 충원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사를 어떻게 충원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간호협회는 간호사 인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인 반면, 중소병원들은 간호대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018년 간호간병서비스가 전면시행될 경우 필요한 간호사 인력을 1만5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간호조무사까지 합치면 2만명 수준이다. 현재 전국 간호학과는 203개로, 한해 배출되는 간호대학 졸업생은 1만7000여 명이다. 일을 쉬고 있는 유휴 간호사가 3만6000명임을 감안하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면시행이라고 해도 모든 병원의 모든 병실이 아니라 일부 병동 단위로 자율 참여가 원칙”이라며 병원 당 한 병동씩 운영하고, 45병상 내외가 된다면 간호사는 모자라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도권과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방 중소병원들은 지금도 간호사 충원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간호사가 충분하다는 것은 지방병원들의 실태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며 고용을 창출하고 환자들이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간호대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취직이 보장된 간호대학이 지방에 설립되면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복지사각지대도 해소할 수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기존 간호사들도 교수직으로 나아갈 수있는 길이 넓어져 간호협회도 굳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간호협회 공중보건간호사제 제시
대한간호협회는 공중보건장학생제도와 공중보건간호사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장학생 제도는 의료 취약지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공중보건간호사제도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간호대학 남학생이 대상이다. 현재 간호학과 입학생 중 남자 비중은 15.6% 로 35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군 입대로 경력단절이 되지 않도록, 복무기간만큼 의료 소외지역과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근무하게 하자는 것이다.
간호협회는 또한 의료기관이 간호사들 충원에 나설 수 있도록 현재 3%도 안되는 건강보험 간호수가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육아 등으로 쉬고있는 3만6000명의 간호사들을 현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 위해 탄력근무제 도입 등이 거론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휴 간호사들이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를 만들고 재교육과 취업알선에 힘쓰고 있다며 ”간호사들이 소외지역을 찾아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대한간호협회와 대한중소병원협회가 위탁운영하는 취업교육센터에서는 800여 명이 교육을 받았고 265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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