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1층 `건물 성형` 경쟁 나선 홍대상권 대로변 빌딩들
입력 2016-08-01 15:02  | 수정 2016-08-02 15:27
리모델링 중인 홍대 대아빌딩 전경 /사진=김인오 기자
[뉴스&와이]
-홍대 '밤·음·사(밤과 음악 사이)' 건물이어 대아빌딩 등 중·소형 빌딩 리모델링·상가 재구성 바람
-대기업·글로벌 투자자 손길 닿는 한편에선 2년째 공실이어지기도

대기업과 프랜차이즈의 확장으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논란이 끊이지 않는 홍대 상권에서는 요즘 중소형 빌딩들이 리모델링 경쟁을 벌이는 중입니다. 부동산 중에서도 특히 상가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입지'이다 보니 글로벌 투자자들도 1~2년 새 잘나가는 홍대 대로변 역세권 빌딩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경쟁의 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 달 전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대아빌딩(1998년 준공)은 오는 10월 완성을 목표로 1층·저층 외관 리모델링에 들어갔습니다. 오래된 건물도 아니고,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세입자들도 있지만 그래도 뭔가 분위기 전환을 하려다 보니 건물의 얼굴 격인 1층과 외관을 조금씩 뜯어고치는 것입니다. 바로 옆에 들어선 유림빌딩에 이어 리모델링을 하는 셈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계 기관투자가인 인베스코가 부동산펀드 등을 통해 유림빌딩과 대아빌딩에 출자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입지에 비슷한 건물이다 보니 임대 업종이 겹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유림빌딩은 CBRE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CBRE)이, 대아빌딩은 베스타스자산운용이 구체적인 투자·자산 운용을 맡다 보니 서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업는 상황입니다.
 유림빌딩의 건물 매입부터 리모델링 과정을 직접 담당했던 강정구 CBRE 전무는 "투자를 검토할 때 저층 리모델링이 잘될 만한 건물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9~10층이 공실이어도 수익률이 5%를 거뜬히 넘어선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 건물은 1층의 한 코너에 네이버 라인프렌즈스토어 안테나숍이 들어선 바 있고, 1~4층에 세든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가지를 친 의류·액세서리·화장품 편집매장인 '원더플레이스'를 비롯해 어학원과 회사 사무실·피트니스클럽 등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에 못지않게 대아빌딩은 저층에 대형 푸드코트를 비롯해 유명 인기 캐릭터 매장을 들일 계획입니다. 어학원과 회사 사무실 등이 들어선 것은 유림빌딩과 비슷하지만 나름 경쟁력 있는 임차인을 들이기 위해 리모델링을 진행 중입니다. 대아빌딩은 한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1982년 사장을 지냈던 대아건설의 소유였지만 대아건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2002년 기업구조조정(CR) 부동산투자회사인 '코크렙 1호 CR리츠'가 투자 운용을 맡은 후 손바뀜을 겪으면서 몸값을 키웠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홍대 인근 대로변 중형 빌딩 몸값은 부동산 경기가 좋던 2000년대 중반 250억~300억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500억~600억원 선으로 올라선 상황입니다.
 저층 리모델링은 유림·대아 빌딩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면세점과 호텔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이에 발맞춰 지하철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홍익대 정문 방향으로 이어지는 대로변 중소형 빌딩들이 본격적으로 리모델링 등을 통한 건물 재구성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홍대 대아빌딩 리모델링 공사 안내판. /사진=김인오 기자
리모델링 막바지 공사 중인 소원빌딩. /사진=김인오 기자
 서교동 소원빌딩은 지난 5월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동시에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인 세빌스코리아와 손잡고 상가 임대 시장에 나왔습니다. 건물 이름보다는 홍대 '밤과 음악사이' 클럽으로 유명한 소원빌딩은 5층 정도 규모의 중소형 빌딩이지만 홍대 중심 상권인 마포 서교동 중에서도 홍대 정문으로 통하는 대로변 입지에 둥지를 튼 건물입니다. 인근에서는 1983년 들어서 랜드마크 역할을 하던 서교호텔을 소유주인 아주그룹이 특1급 호텔으로 다시 짓는 중입니다. 인근 화평빌딩은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이자카야 주점 자리에 스파(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 브랜드인 '스파오(SPAO)'를 들였고 대로변에서 홍대 정문으로 통하는 길 양옆의 건물들 역시 리모델링을 통해 지난 3월 롯데백화점의 패션상가인 '엘큐브 홍대'와 스파 브랜드 H&M, '버쉬카(Bershka)' 등을 들였습니다. 상전벽해를 방불케 하는 홍대 앞에는 롯데백화점이 올해 안에 홍대 2호점을 추가로 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교동 A공인 관계자는 "입지 좋은 대로변 중소 건물이라고 해도 기존과 다르게 요즘은 글로벌 부동산 관리 업체를 통해 상권 분석과 업종 관리, 컨설팅을 하는 식으로 변하는 중"이라며 "바로 옆에서 옛 서교호텔이 재건축에 들어간 데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의식해 주변 건물들이 앞다퉈 해외 의류 브랜드·국내 화장품 점포를 들이기 위해 리모델링 경쟁에 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투자 열기의 한편에서는 냉기가 가시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홍대에서 합정으로 이어지는 대로변에는 소형 신축 건물이 텅 빈 채 세입자 찾기에 나선 지 오래입니다. 아웃도어 스포츠용품 매장인 노스페이스가 통으로 세 들었던 선향빌딩은 2년째 공실 상태로 있고 인근에서는 이른바 땡처리 의혹과 미수금 문제로 홍역을 겪은 패션브랜드 스베누(SBENU) 사옥이 지난해 말 즈음부터 반년이 넘게 텅 빈 채 임대 현수막만 나부끼는 중 입니다.
 투자 온도 차가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홍대 앞은 다달이 변해 가는 중입니다. 여유 자금이 있는 개인투자자들은 골목의 상가주택을 사들여 개조하고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대로변 역세권 중형 빌딩을 사들인 후 리모델링해서 리테일 상가를 입점시키는 식입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색한 홍대 상권에서 투자자의 열정과 냉정이 엇갈렸던 대로변 건물들이 어떻게 변신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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