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전자 주가 1년새 `쑥`, 나도 진작 사뒀더라면...
입력 2016-08-01 10:15 
[마켓인사이드-32] "매일 밤 잠을 자는 동안 수염이 자라는 남자가 25억명이나 있다는 생각에 아침마다 힘이 난다."
 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1989년 6억달러를 들여 면도기 업체 질레트 주식 9600만주를 사들이면서 한 말이다. 버핏은 15년간 이 주식을 보유하다 2005년 P&G 주식과 맞바꾸면서 순수하게 46억달러(약 4조7000억원)를 차익으로 거둬들였다.
 6억달러에 산 주식을 15년 만에 52억달러로 만든 버핏은 계약 성사 직후 "질레트에 투자한 이후 계속 행복했지만 오늘은 특히 더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주식을 사는 것은 회사 일부를 사는 것이다. 주식은 회사 소유권 증서이므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회사 지분을 사는 것이라는 얘기다. 버핏은 질레트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바로 이러한 평범한 주식 투자의 상식을 깨우쳐줬다.
 그러나 실제 개미 투자자를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싶다.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분석은 쏙 빠지고 주식 가격부터 따진다. 과거에 이 회사 주식이 어떻게 움직였고 지금 당장 주가가 오를 것인지 내릴 것인지 판단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주식의 모든 가치는 본질적으로 기업에서 나오는 것이다. 잘되는 기업은 주가가 올라가게 돼 있고 반대인 경우는 당연히 하락하게 된다. 주식을 발행한 회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먼저 주가를 생각하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물론 일시적으로 주가가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서 벗어나 움직일 수 있고, 혹은 그 기간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발행한 회사의 현재와 미래 재무 상태를 반영해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간다.
 최근 삼성전자 주식이 초대박 행진을 벌이고 있다. 불과 1년 전 110만~130만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삼성전자 주식이 이제는 154만원대까지 치고 올라왔다. 더 올라갈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바로 기업 본질인 실적 때문이다. 2분기 실적에서 9분기 만에 8조원대 영업이익에 복귀했고 3분기에도 8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목표가도 최고 200만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우선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180도 달라졌다. 6월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이후 외국인들이 연일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이 삼성전자다. 그 이전에 순매도 종목 1위가 삼성전자였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에 삼성전자 주가가 조만간 사상 최고가인 157만6000원을 깰 것이라는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삼성전자 비관론이 퍼진 지 불과 1~2년 사이 시장의 평가가 확 바뀐 셈이다. 그걸 삼성전자가 실적으로 보여줬다. 결과론적이지만 삼성전자 주식 비관론이 한창일 때 사서 보유했다면 그 투자자는 대박을 쳤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초부터 삼성전자 일부 임원들이 억대의 차익을 실현했다. 많게는 20억원을 벌어들인 임원도 있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140만원대를 웃돌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을 했다. 삼성전자 임원들의 주식 처분 단가는 주당 137만6500원부터 152만원까지 다양했다.

 삼성전자라는 회사에 대해 현재를 공부하고 미래를 아는 데 노력을 집중했다면 누구나 대박의 경험을 맛볼 수 있었을 것이다. 주식 투자는 회사를 산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주의 깊게 보고 장기적 시각을 가지는 것이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주식을 사기 전에 회사를 아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특정 요인을 잘 분석한다고 해서 투자가 반드시 성공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들이 무엇인지부터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은 이러한 과정에 대해 "오래도록 살아남는 기업, 내가 기꺼이 동업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최근 펴낸 저서 '엄마, 주식 사주세요'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삼성 휴대폰, 노트북PC가 팔릴 때마다 나의 부도 늘어난다"며 "기업가의 마음으로 주식을 사고, 동업자의 마음으로 그 기업의 성장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We buy companies, not shares.' 그의 투자 철학도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투자한 회사의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내게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지, 내가 주식을 사고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지적한다.
 주식 투자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이다. 그냥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돈이 걸린 문제다. 평안한 노후가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존 리 사장은 주식을 고르는 것은 나의 은퇴를 도와줄 동업자를 구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더욱 적극적으로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그런 기업을 찾으려면 쉬운 일은 아니다. 존 리 사장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 좋은 기업을 고르는 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조금만 더 노력하고 정성을 들인다면 능력 있고 도덕적인 경영진이 포진한 기업,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 앞으로 성장해 갈 기업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업 분야의 기업을 선택하라."
[전병득 증권부 차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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