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김형호의 영화시장] 찜통더위 길수록 영화시장 커진다
입력 2016-08-01 09:25 
[연재 기고 =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12)] 날씨와 관련된 흥행 속설이 있다. 비가 약간 내리면 오히려 관객이 평소보다 더 많이 영화관을 찾을 것이라는 속설이다. 그러니까 비가 많이 오면 외출 자체를 하지 않을 테니 영화관객이 줄겠지만, 비가 약간 내리면 외출계획을 실내인 영화관으로 변경할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그럴까? 폭염, 찜통더위, 불쾌지수, 폭우, 장마 등 여름 날씨들은 영화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온, 강수량, 습도, 열지수, 체감온도 등 여름 기상 데이터와 관객수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여름관객은 뜨겁고 짜증날수록 영화관을 더 찾았다.
■ 관객, 뜨거운 것이 좋아 – 뜨거울수록 더 본다
일평균기온이 높은 날일수록 관객이 더 많았다. 일평균기온 1도 단위로 평균관객을 비교했다. 32도인 날은 109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31도 108만 명, 30도 100만 명, 29도 94만 명 순으로 최상위권이었다. 5년 여름평균기온인 25도 이하인 날은 평균 60만 명이었다. 일평균기온이 29도 이상인 고온인 날은 대다수 8월이었다. 여름휴가와 높은 기온이 맞물려 관객이 증가한 것이다.
고온이 아니더라도 기온이 평소보다 높아지면 관객도 더 많이 증가했다. 전주 대비 관객증가율을 당일 기온이 월평균보다 높은지 여부로 비교했다. 전주 대비 관객증가율은 월평균기온보다 높은 날(+17%)이 낮은 날(+4%)보다 13%p가 더 컸다.

또한 기온이 평소보다 높아지면 휴가비율이 더 적은 6월이나 평일이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받았다. 월별로 6월 14%p, 7월 16%p, 8월 10%p씩 높은 날이 낮은 날보다 관객증가율이 더 컸다. 요일을 평일과 주말로 나누어 비교하면, 평일 16%p, 주말 10%p씩 높은 날이 낮은 날보다 관객 증가율이 더 컸다.
평소보다 몇 도 올랐을 때 관객이 가장 많이 증가할까? 4도였다. 당일기온과 월평균기온 차이로 전주 대비 관객증가율을 비교했다. 4도가 올라갔을 때 평균관객증가율은 평균 22%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반면, 월평균기온보다 2도 이상 감소하면 관객이 전주보다 평균 4%가 감소했다.
■ 불쾌지수는 관람유발자 – 불쾌할수록 더 본다
불쾌지수가 높은 단계일수록 관객이 더 많았다. 불쾌지수 단계가 매우높음(80 이상)인 날의 평균관객은 114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높음(75~80 미만) 80만 명, 보통(68~75 미만) 59만 명, 낮음(68 미만) 50만 명 순이었다. 전주 대비 관객증가율도 단계가 높을수록 컸다. 불쾌지수가 기온과 습도의 조합이기 때문에 기온별 관객 추세와 유사한 것이다. 다만 기온을 기준으로 하는 열지수, 체감온도, 불쾌지수 중에서 불쾌지수가 관객의 증감과 상관관계가 가장 약한 편이었다.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관객이 더 증가했다. 불쾌지수가 전일보다 높은지 여부로 전일 대비 관객증가율을 비교했다. 전일 대비 관객증가율은 불쾌지수가 전일보다 높은 날(+22%)이 낮은 날(+10%)보다 12%p가 더 컸다. 단계별로 보통, 높음, 매우높음에서 모두 높은 날이 낮은 날보다 관객증가율이 더 컸다. 하지만 낮음 단계일 때는 불쾌지수가 낮은 날이 높은 날보다 관객증가율이 더 컸다. 즉, 불쾌지수가 보통 단계 이상이고 전날보다 높아지면 관객증가율도 더 커졌다.
결과적으로 여름관객에게 영화관은 당장 쉽게 찾을 수 있는 피서지이다. 그렇다면 영화관이 피서지 역할을 수행할수록 관객 증가 효과도 커질 것이라는 가설이 가능하다. 예컨대 CGV용산이 입점한 서울 용산의 아이파크몰은 실외 워터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워터파크 위치가 입점된 CGV용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인 만큼 서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비 오는 날의 영화관은 복불복 – 비는 아무 상관이 없다
비와 흥행 사이의 결과는 복불복이었다. 여름관객은 폭우가 쏟아져도 볼 영화는 보고, 비가 살살 꼬드겨도 안 볼 영화는 안 봤다. 강수 유무, 강수량은 관객수나 관객증가율과 무관했다.
강수 유무로 평균관객을 비교하면, 비가 온 날은 평균 68.2만 명에 전날 대비 관객증가율 14%, 비가 오지 않은 날은 평균 67.7만 명에 전날 대비 관객증가율 12%였다. 오히려 비가 온 날 관객이 약간 더 많았다. 다만 그 차이가 작고 유의미하지 않아서 강수 유무는 관객수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 편이 맞다.
당일 강수량으로 관객수와 관객증가율을 비교하면, 흥행속설과 반대였다. 강수량이 30mm 이하인 날의 관객수나 관객증가율이 그 이상 오거나 맑은 날보다 적었다. 또, 비가 많이 오면 관객증가율이 역대급으로 높은 경우도 많았다. 예컨대 2012년 광복절은 강수량 136.5mm를 기록했다. 지난 5년 동안 가장 많은 비가 온 광복절이었다. 그런데 전날 대비 관객증가율은 1.9배로, 역대 광복절 중에 가장 높았다. 그러나 역시 그 차이가 유의미한 것은 아니라서 해마다 다른 것으로 해석하는 편이 맞다.
다만, 연도별 여름 총강수량과 총관객수는 반비례했다. 지난 5년 여름은 매년 총강우량은 감소했고, 총관객은 증가했다. 2011년 여름은 총강우량 1702mm, 총관객 5109만 명이었다. 2015년 여름은 총강우량 398mm, 총관객 6853만 명이었다. 하루하루는 비가 얼마가 오든 관객이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그해 여름이 가물수록 관객이 늘었다.
따라서 비와 관련된 흥행 속설은 우연한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에 가깝다. 혹은 영화관의 쇼핑몰 입점 형태나 사전예매 문화로 변화하면서 관객이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비를 맞으며 줄을 서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의 효과를 없앤 것일 수도 있겠다.
■ 찜통더위에 유리한 영화는?
뜨겁고 불쾌지수까지 높은 여름날, 어떤 영화가 흥행에 더 유리할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영화다. 평소보다 더 뜨겁고 불쾌지수가 높아 당장 피서지를 찾아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충동소비에 가깝기 때문이다. 6월이나 평일이 더 영향을 받는 이유도 충동소비가 휴가철이나 공휴일보다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충동소비일 때는 더 쉬운 선택을 하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쉬운 선택을 위한 대표적인 지표는 영화의 인지도나 배우의 선호도다. 그런데 소위 최상위 기대작들은 지표상 차이가 크지 않다. 마케팅 물량으로 제목 인지도는 비슷하고, 제작비가 높은 만큼 주연배우의 선호도도 제작단계부터 서로 차이가 거의 없다. 사실상 관객들에게 이 지표들로만은 변별력이 없다.
그래서 홍보카피, 흥행성적, 시간 경쟁에서 우위인 영화가 유리하다. 우선, 관객들이 고민하지 않게 만드는 콘셉트가 중요하다. 또 이미 다른 관객들을 통해 검증된 지표, 즉 예매율이나 박스오피스도 중요하다. 평점이 아니다. 남들이 잘 모르는 계곡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람 반 바다 반인 해운대를 찾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위권 영화 간에는 평점이 덜 중요하다. 결정적으로 시간 선택이 편한 영화다. 주요 지표 간에 변별력이 없는 만큼 지금 당장 관람할 수 있는 영화라면 평점이나 인지도 등 다른 지표들이 꼭 1등이 아니어도 된다.
개봉일이 아닌 평일이라면, 중위권 상영작 입장에서는 3순위 영화가 더위에 따른 상승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1,2순위 영화가 시간이 안 맞거나 좌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오히려 3순위 영화를 고민 없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현실에서는 같은 이야기지만, 상영관 확대보다 상영횟수 사수가 우선이겠다.
역설적으로 관객들은 더위를 피해 사람들이 더 밀집한 공간으로 들어가는 몰림현상을 보인다. 그래서 여름 시장은 겨울 시장보다 반전이 없다. 시장이 커져도 하위권 영화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 <부산행> 신기록, 8월 개봉작이 경신할 수 있을까?
종합하면, 여름에는 당일 기온이 29도 이상이거나 월평균보다 4도 높고, 불쾌지수까지 75 이상인 평일에는 영화관객이 직전 주보다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비는 오거나 말거나다.
실제로 이런 여름 날씨 조건에 흥행한 영화가 있을까? 우연이겠지만, <부산행> 개봉일은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부산행>이 개봉한 7월 20일은 당연히 평일이었다. 평균기온은 28.6도, 불쾌지수는 78이었다. 기온은 당시까지 올 들어 가장 높았고, 월평균기온보다 4도가 높았다. 불쾌지수는 높음 단계였으며, 게다가 전날보다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7월 20일은 폭발했다. 7월 31일까지 올 여름 전주 대비 최다 관객증가율인 2.5배를 기록하며 하루 총 106만 여명을 기록했다. 그 중 87만 명이 <부산행>을 관람했다. <부산행>은 개봉일에 최다좌석을 확보하면서도 좌석점유율도 52.3%로 개봉작 중에 가장 높았다. 몰림현상까지 그대로 발생했다.
뒤집어보면, 올 여름도 예년 여름 시장의 추세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그러니 <부산행>이 세웠던 7월 흥행 신기록들은 더 뜨거워지는 8월에 다시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
■ 자료 조사 및 분석 방법
기온, 강수량, 습도, 열지수, 체감온도 등 기상 데이터는 기상청이 운영하는 기상자료개방포털(https://data.kma.go.kr/)에서 조사했다. 불쾌지수는 해당사이트의 공식을 참고하여 일별로 계산하였다. 관객수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의 테마통계 일별 총관객수 및 매출액 데이터를 조사했다. 조사 기간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6~8월 일별 데이터와 올해 6~7월 일별 데이터를 분석했다. 다만 기상 데이터는 서울 기준이며, 관객수는 전국 기준이다. 서울의 관객수 비중이 일정하기 때문에 편의상 전국 관객수를 기준으로 분석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