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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개그人③] 송은이가 ‘사브작 사브작’ 20년을 롱런한 비결
입력 2016-07-31 14:49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들을 만나봅니다. ‘멋있음 대신 ‘웃음을 택한 용기 있는 자들이 꿈꾸는 코미디는 어떤 모습일까요? 웃음 뒤에 가려진 이들의 열정과 고통, 비전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입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개그우먼 송은이는 스스로에 말한다. 데뷔 후 캐릭터 없이 20년 이상을 ‘버텨왔다고. 그의 롱런 비결은 어떤 것일까.

송은이는 1993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 23년간 대중의 곁에서 꾸준히 웃음을 주고 있다. 또한 코미디언계의 ‘영원한 큰언니로 활약 중이다. 그는 올해로 4회를 맞는 ‘2016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이하 ‘부코페)에서 연출을 맡아 많은 후배 코미디언들의 ‘무대를 만들어주는 일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선 송은이에 ‘2016 부코페,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좋은 코미디와 여성 예능, 코미디언 후배들을 위한 조언들과 그가 롱런한 비결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M+개그人②]에 이어 계속)



Q. 왜 이렇게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섰나.

A.저는 제 얘기하는 게 쑥스럽다. 제 이야기가 기사로 나갈 만한 내용인가 싶고.(웃음) 무엇보다 사진 찍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색하다. 화보, 인터뷰 사진 같은 걸 찍는 게 너무나도 부끄럽다. 그래서 피해온 것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 이야기뿐 아니라 ‘부코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


Q. 올해로 데뷔 23년째다. 김숙과 ‘비밀보장이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는데 이렇게 꾸준히 하는 이유가 뭔가.

A.나름의 전성기였을 때에는 방송 7개를 했고, 이휘재, 유재석과 함께 나란히 MC를 볼 때도 있었다. 그런 힘을 잃지 않으려면 ‘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걸 잃지 않는 무대로는 팟캐스트가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방송으로 출발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무한애정을 주시는 분들을 만나 지금까지 잘 오게 됐다. TV를 하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충성도 높은 애정을 가진 팬들을 만났다.

‘비밀보장은 감을 잃지 않고 팀워크가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철칙은 있다. 지금까지도 ‘비밀보장은 편집을 세 번에 걸쳐 진행한다. 본인들끼리 웃길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웃기지 않을 이야기도 있고, 내 말이 상처가 되는 경우들도 있다. 그래서 그런 걸 최대한 걸러내려 한다. 이 부분만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항상 말한다. ‘좀 덜 웃기더라도 무리수 두지 말아라라고 말이다.

‘비밀보장은 이런 시장을 개척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아직도 공부해야 할 게 많다. 계속 공부해 나가야 하는 장르인 것 같다.



Q.예능인으로서는 꽤 오래 전부터 FNC와 함께 해왔다. 유재석도 FNC에 들어오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최근에 예능인들이 소속사에 많이 들어왔다. 물론 크고 좋은 울타리를 가진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대형소속사에 있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코미디언들은 다르다. 자기 콘텐츠가 없으면 힘을 못 받는다. 소속사가 옆에서 바람을 불어줄 수는 있지만 배를 띄우는 건 코미디언들에게는 전적으로 스스로의 몫이다. 자기 캐릭터와 콘텐츠가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도 되는 거다.(웃음)


Q. 스스로를 향해 ‘특별한 게 뭐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캐릭터가 뚜렷하게 없다고 자평하는데도 20년 이상을 방송계에서 활동 중이다. 분명 비결이 있을 텐데.

A.뚜렷하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웃음) 저는 버라이어티도 원 없이 해봤고, 진행도 수많이 봤다. 해볼 걸 다 해봤기 때문에 여유가 생겨서 욕심 없이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다. 방송이 있고, 없고에 일희일비 했으면 아마 못하지 않았을까. 오래 하고 싶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비우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욕심을 버리고, ‘사브작 사브작 여유를 가지고 온 거다.

잘 맞고, 좋아하는 프로그램만 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유행했을 대에 ‘그런 거 안해?라고 질문을 받았지만 저는 ‘들어와도 못 한다고 답했다. 제가 캐릭터를 못 살리기 때문에 제작진에게도 민폐고, 저도 힘들다. 오히려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다보니 자리를 잡고 오래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Q. 래퍼 빈지노에게서 ‘랩을 잘 한다고 칭찬을 받았다. 계속 앨범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 건 아닌가.

A.빈지노 씨가 제게 칭찬을 했다기보단 ‘나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 거다.(웃음) 적어도 ‘정준하 씨보단 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웃음) 앨범을 내고 싶은데 FNC에 함께 소속돼 있는 문세윤이 정말 재능이 많다. 농담으로 ‘뮨세윤의 M과 송은이의 S를 따서 SM이란 이름으로 앨범 내보자란 이야기도 한다. ‘대자 소자라는 이름도 거론되기도 했다.(웃음) 꼭 그렇지 않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는 음악 앨범을 내고 싶다.


Q. 결혼은 언제쯤 할 생각인가. 김숙처럼 가상 결혼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A.‘남 챙기느라 못했냐는 말을 듣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웃음) 그쪽엔 재능이 없는 것 같다. 저를 독신주의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적은 없다. 조금은 가볍게 내려놔야 할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가상 결혼 프로그램은 저도 할 수는 있겠지만, 진지하게 하면 얼마나 재미가 없겠나. 저는 김숙처럼 유연하게 하는 게 힘들다. 김숙은 그 프로 속에 나오는 모습이 진짜 모습이다. 전 어색할 거 같고 잘 못할 것 같다.


Q. 그렇다면 송은이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

A.김숙과 ‘비밀보장을 처음 할 때 코난 오브라인언이나 오프라 윈프리 같이 하자는 말을 했다. 그들이 자신의 채널을 가지고 방송을 하지 않나.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믿고 있다. 이 채널을 통해 ‘사브작 사브작 무언가를 하는구나, 꾸준히 그걸 보여주고 싶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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