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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 ‘1799일만에 선발승’ 조연에서 주연 된 심수창
입력 2016-07-31 06:02 
30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6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한화 심수창이 마운드에 올라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감격적인 승리였지만 한화 이글스 우투수 심수창(35)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도 씨익 웃는다. 이겨서 기분 좋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너무 오래 걸렸다. 30일 심수창은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사실 이날 심수창의 선발 등판은 파격이었다. 전날 두산전에서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파비오 카스티요를 구원 등판해 1⅔이닝을 소화해 3피안타 1탈삼진 1볼넷 2실점을 기록했다. 그런 그에게 곧바로 선발로 등판하라고 한 것이다. 심수창은 경기 끝나고 (선발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감독님이 나를 믿어 주신다고 생각하고 등판했다”며 힘든 것보다는 팀이 이기는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다짐은 통했다. 넥센 시절이던 2011년 8월27일 목동 롯데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지 1799일만에 선발승을 추가했다.
사실 이날 시작은 좋지 못했다. 불펜으로 등판했지만, 스무 개 넘는 공을 던졌고, 1이닝 이상 소화한 상태에서 선발 등판은 30대 중반인 심수창에게 무리일 수 있었다. 팀 타선이 먼저 2점을 뽑아줬지만, 1회 1점을 내주더니, 2회 2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3회부터는 무실점 행진이 이어졌다. 4회와 5회는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팀 타선은 다시 전세를 뒤집었다. 심수창은 2회가 끝나고 감독님이 밸런스가 안좋다고 지적해주셔서, 다시 생각하고 던진 게 3,4회부터 좋아질 수 있었던 이유다”라며 점수를 줘도, 많이 주지 말고, 따라 갈 수 있는 점수만 주자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날 선발승이 확정되기까지 과정은 아슬아슬했다. 심수창이 내려간 뒤 불펜투수들이 실점하면서 또 다시 선발승이 날아갈 위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롯데에서 뛰던 지난해 심수창은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선발승을 여러 번 날렸다. 7회에는 외야수들이 잡을 수 있는 타구를 모두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를 지르기도 했다. 9회 10-8에서도 마무리투수 정우람이 두산 4번타자 김재환에 솔로홈런을 맞아 조마조마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도 심수창은 초탈한 표정이었다. 그는 선발로 등판할 때는 항상 마음을 비운다 선발로 나가면 늘 뒤집히고 투구가 어렵게 됐는데, 욕심을 내지 않았다. 점수는 많이 안 주려고 했고, 최대한 길게 던지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회가 지나니까 정말 이기고 싶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10년 전 LG트윈스의 유일한 10승 투수였던 심수창은 잘 생긴 외모에 실력까지 갖춰 LG의 황태자로 불렸다. 하지만 모진 풍파를 겪으며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선수가 됐다. 영화로 치면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까웠다. 10년 만에 조연으로 거듭난 심수창이 주연이 된 날임이 분명했다. 1799일이라는 시간적 장벽을 뛰어서인지 이날 심수창의 미소는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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