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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銀 3천억 적자…"STX 여신축소" 내부의견 묵살이 화근
입력 2016-07-30 04:02 
NH농협은행이 올해 상반기에만 수천억 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농협은행의 전신인 농협 신용사업부 경영진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STX조선해양에 대한 여신을 축소하자는 내부 의견을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은 지난 5월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로 7700억원에 달하는 여신이 부실해지면서 2012년 출범 이후 최악의 경영 상황을 맞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손실이 3000억원대로 예상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농협 신용사업부 경영진은 리스크관리부서의 STX조선해양 지급보증(RG) 축소 의견을 묵살하고 이를 유지하도록 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 신용사업부 시절 리스크관리부서에서 당시 경영진에게 STX조선해양에 대한 RG 축소를 비공식적으로 건의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경영진은 RG를 회수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7년에 부채담보부증권(CDO) 등에서 손실을 입은 뒤 기업금융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상황"이라며 "경영적 판단으로 (RG를) 유지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 농협 신용사업부의 STX조선해양에 대한 RG는 당시 환율로 2조165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경기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던 시기 이후다. 당시 경영진은 2008년 12월 STX조선해양에 대한 RG를 1조6430억원 수준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증액을 거듭했다. 2010년 4월에는 STX조선해양에 대한 RG 규모가 2조2310억원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과 비슷한 규모로 증가한 것이다.
당시 농협 신용사업부 임원은 "2008년 말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10조원에 달해서 이를 줄이는 데 1차적 목표를 뒀을 뿐 개별 기업에 대한 RG 축소는 고려하지 않았다"며 "STX조선해양은 당시 재무 상황이 좋았고 세계 4위 조선업체라서 문제가 없어 보여 현상 유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STX조선해양은 2008년 이후 영업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09년부터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선박 수주나 인도를 통해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또 수주 실적은 2008년 70척, 2009년 22척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2014년에야 검찰에 의해 밝혀졌지만 STX조선해양은 당시 분식회계까지 했다. STX조선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환손실을 감추려고 매출과 자산을 부풀리는 등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는 수법으로 2조원대의 회계부정을 저질렀다. STX조선해양 익스포저 축소 의견이 타당했다는 얘기다.
농협은행은 2012년 9월 1조7980억원으로 지급보증을 줄였지만 이듬해 4월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익스포저를 스스로 조절할 시기를 놓쳤다. 결국 당시 농협은행은 총 2조2222억원에 달하는 익스포저를 떠안아야 했다. 시중은행들은 2008년 이후 STX조선해양에 대한 익스포저를 점진적으로 줄이거나 아예 취급을 하지 않았다. 자율협약 당시 우리은행(4000억원), 하나은행(3000억원), 신한은행(1000억원)의 익스포저 수준은 농협은행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당시 농협 신용사업부 경영진이 약 4년간 익스포저 조정 기간이 있었는데도 이를 축소하지 못한 것은 RG 수수료를 통한 수입이 막대했기 때문이다. 1조원에 육박하는 해양플랜트 한 척을 수주하면 은행은 RG 발급을 통해 수수료 0.3%만 벌어도 30억원을 수익으로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농협 신용사업부는 이 시장에 뛰어들어 'RG 수수료 장사'를 해왔다. 농협 신용사업부는 손쉬운 RG 수수료 사업을 했지만 결국 올해 상반기 농협은행 3000억원대 손실이라는 부메랑을 안겨준 셈이다.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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