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리뷰] 서태지 음악이 그랬듯, 파격과 감성사이 ‘페스트’
입력 2016-07-29 17:27 
사진=스포트라이트
[MBN스타 김진선 기자] 일명 ‘서태지 뮤지컬이라 불리는 ‘페스트가 베일을 벗었다. 서태지가 오랜만에 공식석상을 서는 것 또한 화제가 될 정도로, ‘페스트는 실체보다 껍질이 더욱 주목받은 작품이다. 껍질을 놓고 본 ‘페스트는 서태지의 노래가 녹아들어, 극의 감정이 극대화 됐다. 서태지의 음악이 그렇듯 파격적이고, 감성적이며, 현대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이고, 또 파편적이다.

◇ 상징적인 인물들, 각자의 이야기

‘페스트는 랑베르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랑베르는 5년 전 오랑시(市) 사람들을 죽음과 아픔. 절망에 빠트렸던 페스트를 회상한다. 극 중 오랑시는 욕망해소 장치와 행복유지 장치로 철저하게 제어 돼 불행하거나 아픈 사람이 없는 ‘행복한 곳으로 묘사된다. 모든 것이 시스템으로 통제 돼 인간 본연의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행복, 사랑이 아닌, 조항과 자신의 의지대로 가다듬을 수 있다.

우선, 리유는 자신이 사는 곳이 통제된 곳임을 자각하고 자신의 생명을 던져서라도 페스트와 맞서는 ‘저항하는 자다. 랑베르는 페스트에 대해 사실을 전하려는 저널리스트로, 정체성과 시스템에 대한 믿음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변화하는 자로 표현됐다. 극중 식물학자이자, 시스템에 억압된 리유를 각성하게 만드는 인물로 그려진 타루는 ‘치유하는 자 등,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징적이면서도, 현실 속에 존재하는 캐릭터를 부각시켰다.

◇ 서태지의 음악이 그랬듯, 파격적인 시도

‘페스트는 6년 간의 제작기간을 거친 만큼, 작품에 대한 시도와 열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원작에서는 2차 세계 대전 직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작품에서는 2028년으로 배경을 바꿨고, 타루라는 인물 역시 성별이 바뀌었다.

사진=스포트라이트
특히 볼거리가 다양하다. 작품이 시작될 때 흐르는 영상에서 시작, 조명과 무대는 2028년이라는 시대에 대한 상상을 표현했다. 무대 양면으로 기사가 담긴 영상이 나오는가 하면, 배경으로 몇 개 국어의 표현이 흐르기도 하고, 몇 개의 스크린을 통해 생생한 장면을 구현하기도 한다. 이에 미래 도시 오랑시부터, 연구소, 격리소, 숲 속 등 장소를 실감나게 담아낼 수 있었다.

◇ 원작이 주는 굵직한 메시지는 과연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원작으로 하는 만큼, ‘페스트의 주제 또한 가볍지 않다. 메리골드의 꽃말 ‘반드시 와야 할 행복과 행복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우리에게 눈부시지 않은 날은 없었다”, 행복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라는 대사부터, 시민은 벌레 같은 존재야”라고 하는 코타르의 모습 등은 실존주의 문학이자, 부조리에 대해 정의하고 행복과 슬픔, 어둠과 빛, 삶과 죽음과 같은 이원성에 관해 말하는 작가의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위적으로 해피엔딩으로 맺으려는 구석이 ‘페스트에는 없다.

◇ 배우들의 감각적인 표현과 열연, 그럼에도

사진=스포트라이트
리유 역을 맡은 손호영은 딕션에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감성으로 이를 채웠다. 갈등 속에 변화하는 랑베르 역으로 분한 윤형렬은, 극을 이끄는 것부터, 중심을 잡는 것도 모자라 깊은 울림을 전하는 목소리로 극의 감성을 더했다. 타루 역의 오소연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스토리에 능청맞은 입담으로 웃음을 책임졌고 극의 후반부에서는 또 다른 면을 채웠다.

서태지의 음악이 주(主)를 이룰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이 더해진 것이 ‘페스트의 강점이다. 하지만, 스토리텔링 중심의 극 진행은, 넘버보다 ‘대사에 힘이 실려 뮤지컬 본연의 맛을 덜게 만들었다. 게다가 앙상블의 목소리가 주연배우들의 목소리보다 더 많이 들리니, 배우들의 감각적이고, 폭발적인 음색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그럼에도 ‘페스트는 관객들에게 행복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페스트에 내포된 수많은 상징에 대해 각자의 해답을 구할 것을 제안한다. 9월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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