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힐러리 클린턴 첫 일성 '동맹 강화'…트럼프와 차별화
입력 2016-07-29 14:56 
힐러리 클린턴 / 사진=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첫 일성 '동맹 강화'…트럼프와 차별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28일(현지시간) 외교·안보 구상과 관련해 첫 일성으로 동맹 강화를 내세웠습니다.

이는 동맹의 안보무임 승차론과 더불어 미군철수까지 위협하며 기존 동맹질서의 재편을 내세운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공약과 확연히 대조를 보이는 것입니다.

다만, 북핵과 한반도 이슈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아·태지역에 대한 안보구상은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클린턴은 이날 밤 전당대회장인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의 농구경기장 '웰스파고 센터'에서 한 후보수락 연설에서 집권 후 펼칠 외교·안보 구상의 일단을 공개했습니다.


◇'동맹과 함께'…방위비분담금 증액-미군철수 시사 트럼프와 대조

클린턴은 "러시아를 비롯해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맞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과 함께하는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전 세계 동맹과 함께하고, 국내의 참전용사들을 돌볼 때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을 아는 지도자를 여러분은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우리는 테러와 싸우는 데 있어 모든 미국인, 그리고 동맹과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교적 짧게 언급됐지만, 동맹과의 협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위협 대처라는 '제한적 개입정책'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민주당은 앞서 전당대회 첫날인 지난 25일 클린턴의 입장을 반영한 정강을 확정했으며, 이 정강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 그리고 인권유린 행태를 거론하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는 북한의 독재자를 칭찬하는 동시에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포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역내 핵무기 확산을 독려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클린턴의 최측근 외교·안보참모인 제이크 설리번도 같은 날 전당대회장 미디어센터에서 가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확고한 한미동맹을 강조함과 동시에 "클린턴에게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가 매우 높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는 앞서 지난 21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수락 연설과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리즘(globalism·세계주의) 대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즉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미국주의)을 내세우며 신(新)고립기조를 천명했습니다.

특히 서방의 집단안보체인 나토 회원국이 공격받아도 자동개입(나토규약 제5조) 하지는 않겠다고 위협함과 동시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서는 미군 철수도 검토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보호무역…강도 약하지만 큰 기조는 트럼프와 흡사

클린턴은 연설에서 통상 이슈와 관련해 "우리가 불공정 무역협정에 단호히 '노'라고 말해야 한다고 여러분이 믿는다면 우리는 중국에 맞서야 한다"면서 "우리는 철강 노동자와 자동차 노동자, 국내 제조업자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에 여러분이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클린턴이 자신의 육성으로 '불공정 무역협정 반대'라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이는 이번 대선의 핵심 승부처 중 한 곳인 중북부 '러스트벨트'(쇠락한 미국의 공업지대)의 노동자 표심을 의식한 포석입니다.

클린턴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현재 정강에 "지난 30여 년간 미국은 애초의 선전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너무나 많은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제는 과도한 (규제)자유화를 중단하고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그런 무역정책을 개발하며, 여러 해 전에 협상된 무역협정들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못박은 상태입니다.

트럼프는 이보다 한층 강경한 입장입니다.

그는 앞서 후보수락 연설에서 "클린턴은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고 TPP도 지지했다"면서 "중국과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와의 끔찍한 무역협정을 완전히 재협상할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핵 문제와 이민개혁

클린턴은 지난해 타결된 이란과의 역사적인 핵합의를 거론하며 "총 한 발 쏘지 않고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봉쇄해 자랑스럽다"고 단언했습니다.

핵문제에 관해서는 '절대 불용'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되 비핵화 약속시 얼마든지 대화로 풀 수 있다는 큰 원칙을 내비친 것입니다.

그러나 클린턴이 이날 북핵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데다가 북한의 경우 '핵포기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란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물론 '비핵화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클린턴의 입장은 분명하다는 게 미 정가의 공통된 관측입니다.

트럼프는 현재 북핵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불법이민자 강제추방 유예 등 이민자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클린턴은 이날 "종합적인 이민개혁이 우리의 경제를 성장시키고 가족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올바른 길"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트럼프의 첫 일성은 불법 이민자와 폭력배, 마약이 우리 공동체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거대한 장벽을 건설하고, 인신매매와 폭력의 고리를 차단하며, 불법적인 국경이동을 차단하겠다는 것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