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물학(sociobiology)의 등장은 1970년대 세계 지성사를 뒤흔든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인문·사회과학의 탐구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대해 사회생물학이 제시한 해석들은 이내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고, 그 복판에 미국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서 있었다.
그는 찰스 다윈으로부터 시작된 진화론을 인간 연구에로까지 확장시킨 주역이다. ‘사회생물학: 새로운 종합(1975)이 그 기폭제가 되었고, ‘인간 본성에 대하여(1978), ‘통섭: 지식의 대통합(1998)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뒤이은 저작들은 서구세계 자연과학자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사회 과학자들, 일반 교양 시민들에게까지 널리 읽혔다.
특히 윌슨의 ‘consilience이란 개념을 옮긴 ‘통섭이란 말은 10여 년 전부터 국내 학계의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던 바다. 라틴어 어원에 따르면 ‘함께 뛰어넘다라는 의미의 이 단어는 국내에 들여와 ‘큰 줄기를 잡다라는 뜻의 한자어로 번역됐다. 애초 윌슨은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중심으로 여타 학문을 흡수하려 한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그의 작업을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대등하게 융합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이 책 ‘인간 존재의 의미는 그런 윌슨이 인문학과 자연과학 간 통합을 강조하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는, 비교적 쉽게 쓰여진 대중서다. 그는 우리는 모두 성인이자 죄인인, 진리의 수호자이자 유전적 키메라(chimera)다. 우리 종이 수백만 년에 걸친 생물 진화를 통해 기원한 방식이 그렇다”고 말하며, 인간 조건을 이해하기 위해 수십만 년에 걸친 인류의 생물학적·문화적 진화 과정을 탐사한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진화론으로 설명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그는 이기적 개인은 이타적 개인을 이기지만, 집단 차원에서는 이타적 집단이 경쟁에 유리하다”며 리처드 도킨스의 입장과 선을 긋는다. 이른바 ‘다수준 선택 이론으로, 그는 상호 모순되는 태도야말로 인류의 발전을 추진한 원동력이었음을 주장한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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