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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진짜타자] ‘레그킥 2기’ 완성한 황재균, 득점권타율↑
입력 2016-07-29 06:02 
끊임없는 고민과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황재균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타자다. 사진=MK스포츠 DB
롯데 황재균(29)을 보면 끊임없이 스스로의 타격 폼을 돌아보고 연구하는 타자의 노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최적의 타이밍과 해법을 찾아내면서 타격 페이스의 요철을 극복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앞다리를 높게 드는 레그킥 스윙을 하던 황재균은 지난겨울의 연구 끝에 올시즌 초반 다리를 들지 않는 스윙을 선보였다. 작년 후반기 체력이 떨어지면서 타격 페이스가 뚝 떨어졌던 원인을 들여다보고 연구한 결과였다. 당시 그는 배트의 헤드(손잡이의 반대편)가 크게 돌아 나오면서 (배트의 끝이 포수 쪽으로 처지면서) 타이밍이 늦는 경우가 많았다고 고민하고 있었다. 타이밍을 바짝 당기면서 중심의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리를 들지 않는 폼으로 수정하고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당시 황재균의 해법은 적절한 방향이었다. 사실 배트가 크게 돌아 나오는 것은 꼭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다. 배트를 잡고 있는 손은 최대한 짧게 나와야 하지만, 배트의 끝은 최대한 크게 원을 그려내야 ‘채찍효과에 의해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황재균은 배트의 헤드가 그리는 큰 원으로 타이밍이 늦어진다고 고민했지만, 그 해결을 상체 대신 하체의 움직임에서 찾았다. 스윙의 기본과 중요한 문제, 최적의 해법이 대부분 하체에 있음을 잘 알고 있던 선택이었다.
막상 이번 시즌, 다리를 들지 않는 새 타격폼에 잘 적응하고 있는 듯 보였는데 스스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레그킥에 익숙했던 그는 다리를 들지 않는 새 타격폼으로는 시원시원한 자기스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못 받았던 것 같다. 그 결과 정타히팅과 장타가 줄었다는 새 고민이 시작됐다. 이에 여름이 시작되면서 황재균은 다시 다리를 드는 레그킥 자세를 시도하기로 했다. 몸이 익숙한 부드러운 스윙타이밍으로 타구에 충분한 힘을 실어내기 위해서다.
다만 타이밍이 늦어지는 고민을 낳았던 지난 시즌의 레그킥 스윙을 보완해 다리를 드는 타이밍을 앞당겼다. 예전의 레그킥 스윙에서 황재균은 투수의 던지는 팔이 완전히 뒤로 간 이후(late cocking 구간)에 다리를 들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투수가 팔을 뒤로 보내기 시작하는 시점(early cocking 구간)에 다리를 들기 시작한다. 스윙을 훨씬 일찍 시작하는 셈이다.
무작정 다리만 일찍 든다고 타이밍이 맞아 들어갈 순 없다. 다리를 들되 뒤쪽 무릎(오른손 타자 황재균의 오른 무릎)을 투수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힘의 연결 순서가 멈추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했다.

수정된 레그킥 스윙으로 자신감과 타이밍을 모두 잡은 황재균은 전반기 막판부터 페이스를 다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특히 ‘내 스윙을 하고 있다는 자기 확신과 자신감은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공격적인 타격을 펼치는 데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
황재균은 28일 현재까지 득점권타율 0.418을 휘두르고 있다. 특히 주자를 두 명 이상 채운 63타석에서 타율 0.455(55타수25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강한 집중력과 자신 있는 타격이 필요할 때 더욱 힘찬 스윙을 해내고 있다.
스윙은 그 어느 타자에게도 종착역이 없다. 단기적인 페이스의 높낮이도 있고, 장기적인 몸의 변화도 있어서 타자는 늘 스스로의 스윙을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한다. 많이 생각하고 탐구하는 타자이면서 변화에 두려움이 없는 황재균은 그래서 더 응원하게 되는 타자다.(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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