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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 ‘덕혜옹주’ 강요 없는 눈물, 더 큰 울림
입력 2016-07-28 11:0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덕혜옹주의 완성본을 처음 본 박해일이 허진호 감독에 대해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요리할 줄 아는, 묘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허 감독의 연출력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자, ‘덕혜옹주에 대한 만족감의 표현이었다.
지난 27일 ‘부산행과 ‘인천상륙작전에 이은 또 하나의 하반기 기대작, ‘덕혜옹주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전 두 작품이 화려한 스케일과 신선한 소재, 모험에 가까운 도전 정신을 내세웠다면, ‘덕혜옹주는 슬픈 역사가 주는 먹먹함, 깊은 울림에 주력했다. 역사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 연출자의 눈,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까지. 오롯이 기본에 충실했다.
영화는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담는다. 일제는 만 13세의 어린 덕혜옹주를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한 뒤 갖가지 핑계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 조선 왕실의 상징적 희망이었던 그녀의 삶은 조선을 삼키려는 일제의 야망에 의해 처절하게 짓밟힌다.
작품 속 덕혜옹주는 예상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알고 보면 숨은 영웅이었다거나,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강인한 리더였다거나, 혹은 이와 비슷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로 미화될 수도 있었겠지만 감독은 어떤 겉치레도 허용하지 않는다. 왕실의 상징인 동시에 나라를 잃은 한 명의 사람, 백성의 희망이 되고 싶었으나 나약한 여성이었던. 애통하고 외로웠던 옹주의 삶을 최소화된 픽션 속에서 진솔하게 담아낸다. 관객은 어떤 장치로든 슬픔을 강요받지 않은 채 깊은 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물론 관람 내내 흘러 내리는 눈물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아픈 역사에 대한 애틋함과 분노, 고통스러웠던 선조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역사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안함, 한 여자의 기구한 삶이 주는 아련함 등 눈물의 의미는 정말이지 다양했다. 극이 진행될수록 감정은 보다 입체적으로 움직여 어느 한 장면에서도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북받치는 내면의 감동은 역시나 배우들의 열연 속에서 정점을 찍는다. 특히나 그동안 다양한 변신을 보여줬던 손예진의 내공은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빛을 발휘한다. 그녀가 출연 하는 모든 장면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작품과 캐릭터 속에 완벽하게 일체된 모습. 특히 슬픔의 끝에서 절망에 빠진 ‘노인 옹주를 연기 할 땐 극한의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
박해일 역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그는 액션과 감정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만능꾼다운 열연을 펼친다. ‘악의 축을 연기하는 윤제문 역시 역대급 존재감을 뽐내며 극의 긴장감을 이끌어간다. 라미란, 정상훈 또한 ‘대세 감초다운 연기력으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책임진다.
영화 ‘덕혜옹주는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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