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집착할수록 바른 것을 잃어버립니다. 옛날 사람들은 먼 곳을 바라봤는데 현대인들은 가까운 곳만 바라봅니다. (현대인들은) 한계상황에서 삶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기 삶에 대한 모독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인 고은 단국대 석좌교수는 현실세계에 집착하는 현대인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베스트웨스턴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14회 재외한국어교육자 국제학술대회의 기조강연자로 나서 현대인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고은 시인은 자작시 여러 편을 낭송하며 삶이란 시시하지 않고 웅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에 사는 우리는 도시의 불빛을 보면서 지상의 한계를 만들고 하늘의 별을 안본다”며 먼 곳을 바라보는 체험을 하지 않고 문명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데 우리의 삶은 이렇게 짧은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언어와 한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언어는 인간과 함께 태어났으며 인류의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국어는 고대의 중국어와 근대의 일본어 사이의 협곡에서 살아남은 목숨이 질긴 언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어가 한반도와 해외동포 사회까지 75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 12위권의 언어라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앞으로 100년 이내에 세계 언어의 절반 내지 90%가 사라진다는 지적과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이외의 언어는 죽은 언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며 언어는 인간정신의 핵심이며 ‘존재의 집으로 언어가 살아 있어야만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서 존재의미와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모국어사전 남북공통편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술대회는 오는 30일까지 ‘문화의 세기, 한국어교육의 미래를 밝힌다란 주제로 전세계 28개국 1224개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70여명과 교육행정가 20여명이 참여해 진행된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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