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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씨를 말린다?…144경기 체제가 문제일까
입력 2016-07-27 10:52  | 수정 2016-07-27 11:15
지난 5월1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2016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가 벌어졌다. 4회말 2사 만루에서 한화 송창식이 KIA 이범호를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후 강판당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올해도 프로야구는 타고투저 현상이 트랜드다. 26일까지 3할 타율을 기록 중인 타자가 33명이다. 반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 평균자책점이 2점대인 투수는 없다. 유이하게 20세이브를 넘어 이 부문 1, 2위를 다투는 김세현(넥센)과 이현승(두산)의 평균자책점도 모두 3점대다. 타자들은 고공행진, 투수들은 고전하고 있다.
최근 들어 타고투저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한 시즌 팀당 144경기가 너무 많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프로야구는 10개 구단 체제가 출범한 지난해부터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었다. 투수 자원은 점점 부족한데, 경기 수가 늘어서 좋은 자원이 사라지고 있다”가 볼멘소리의 핵심이다.
과연 타고투저의 원인이 144경기 체제 때문일까?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다. 타고투저가 가장 횡행했던 때가 바로 2014시즌이다. 이때는 9개 구단 체제로 팀당 128경기를 치렀다. 2014시즌에는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들 중 3할 타자는 무려 36명에 달했다. 역대 타율 3할 타자가 가장 많았던 시즌의 기록은 지난 1999년, 2001년, 2010년의 20명이었다. 이를 단숨에 뛰어넘어 무려 16명 더 많은 타자가 3할을 기록한 것이다. 참고로 8개 구단 시절이었던 2012년까지는 133경기까지 경기수가 늘었다. 하지만 144경기 체제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3할 타자의 숫자는 8명이 줄어 28명이었다.
타자들의 타격기술은 점점 발전해 가고 있다는 게 야구계의 통설이다. 하지만 투수들의 기량은 타자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좋은 투수가 적게 나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경기 수가 투수의 씨를 말린다”라는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 투수를 어떻게 쓰느냐 문제 아니냐”는 주장이 그렇다. 선발투수가 실점이 많지 않은데도 5회 이전에 강판시키고, 불펜을 투입해 매 경기를 한국시리즈처럼 운영하는 일부 지도자가 경기 수를 운운할 자격이 있냐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36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투수 분업화가 지배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오히려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선수 관리에 뒷전이던 구단들이 선진적인 기법을 도입하고, 젋은 투수들을 키우기 위해 고민하는 자세 등 야구가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팬서비스 측면에서도 그렇다. 무엇보다 야구팬들은 각 팀의 경기를 16경기 더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10개 구단 144경기 체제는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결국 팬이 있어야 프로야구도 존재하는 것 아닌가. 단순히 팀 마운드 운용이 어렵다고, 경기수가 많다는 불평불만은 현장의 성적 이기주의이자,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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