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목숨을 잃는 유아의 절반이 영양실조 때문이라는 보고서처럼 영양실조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최근 과학자들이 ‘바퀴벌레 우유에서 영양실조의 해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가 발표한 ‘세계기아지수 2015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7억9500만명이 기아상태에 놓여있다. 전세계 인구 9명 중 1명 꼴이다. 특히 만 5세 이아 유아의 경우 4명 중 1명인 1억6100만명이 만성 영양결핍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최근 인도 과학자들은 바퀴벌레가 만드는 모유(母乳)에 주목했다. 바퀴벌레 중 디플롭테라 푼타테는 모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 대다수 바퀴벌레 암컷들은 알주머니에 알을 낳는다. 주머니에 알들을 잘 포장한 뒤 산란하는 것이다. 디플롭테라 푼타테는 조금 다른 방식을 이용한다. 알을 낳는 대신 자궁과 비슷한 몸 속 부화주머니에서 새끼를 키우는데 배아가 완전히 성장하면 부화주머니에서 고단백의 영양가가 풍부한 모유가 나오기 시작한다. 새끼들은 모유를 먹고 자란 뒤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인도 ‘줄기세포생물학과 재생의학연구소(inStem) 연구팀은 디플롭테라 푼타테라는 바퀴벌레의 모유를 분석하고 단백질 결정을 분리해냈다. 연구팀이 영양성분을 비교해 본 결과 바퀴벌레의 우유에서 얻은 단백질은 젖소가 만드는 우유보다 영양가가 몇 배 더 높았다.
상카리 바네르지 박사는 타임스오브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단백질, 지방, 당분 등 필요한 영양분을 모두 갖춘 ‘완전식이었다”며 단백질에도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포함돼있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슈퍼푸드인 셈이다. 연구결과는 최근 국제결정학연합저널(IUCrJ)에 발표됐다.
바퀴벌레 우유의 영영가가 높아도 젖소처럼 우유를 직접 짜 마실 수는 없다. 양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바퀴벌레에서 우유를 만드는 유전자를 파악한 뒤 이를 실험실에서 똑같이 재현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한다면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