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장기화하자 당장 현안에 급급해 중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는 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기업들이 장기 비전을 상실하며 경영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된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 300곳을 대상으로 중장기 계획 수립 여부를 조사한 결과 1년 이상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는 기업은 54.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45.3%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대기업은 67.0%가 중장기 계획을 짜고 있는데 비해 중소기업은 48.5%만 계획을 세우고 있어 경영 가시성이 더 안좋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장기 계획이 있는 기업도 최대 예측기간이 5년을 넘는 곳은 30.7%에 그쳤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지금처럼 변화가 심한 시기일수록 장기적인 밑그림을 가지고 있어야 구성원들이 목표를 공유하고 흔들림 없이 대처할 수 있다”며 단기 성과에 치중하기보다는 핵심역량을 키우며 사업내용을 끊임없이 가다듬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거시적인 안목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전체 응답기업 84.3%가 ‘중장기 경영계획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답했하며 그 이유로 경쟁 심화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증가(56.1%), 혁신 신상품·새로운 기업 등장(15.4%), 소비자 변화(12.3%) 등을 꼽았다.
하지만 기업들은 당장 기업 생존이 화두로 걸려있는 가운데 투자 여력까지 부족하다는 점을 호소했다. 중장기 계획 수립시 어려움으로는 ‘단기현안에 매몰돼 여유가 부족하다(81.9%)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실제 투자의사도 크지 않았다. 불과 21.2% 기업만이 중장기 사업계획을 위해 조직, 인력 등에 투자할 계획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계획이 없다는 기업이 대다수(78.8%)를 차지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구글 등 글로벌 선도기업은 먼 미래를 보고 이른바 ‘문샷씽킹(로켓을 달로 쏘아 올리겠다는 혁신적 사고) 같은 도전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도 중장기 환경변화를 예측하고 미리 대비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한상의가 기업체 중장기 계획 여부 조사에 나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6~13일까지 전화와 팩스를 통해 진행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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