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해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권의 행태가 20대 국회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 의원들은 앞다퉈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을 옥죄는 법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더민주 박용진 의원이 지난 20일 발의한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물류단지 내에 대규모점포의 입점 자체를 금지한 법안이다. 법안의 제2조 7항에 규정된 ‘일반물류단지시설에서 ‘대규모점포‘를 제외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최근 일반물류단지 내 대형마트, 아웃렛 등 대규모점포의 입점이 증가하면서 지역 상권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면서 물류단지에 들어선 대규모점포는 조세·부담금 감면까지 받으면서 특혜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점포가 물류단지에 입점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면세점 사업을 혼돈으로 몰고갔던 이른바 홍종학법‘의 2탄이 될 수 있다면서 경계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단지에 대규모 점포 입점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교외 지역의 대형 유통단지 건설이 사실상 모두 올스톱될 것”이라며 제2의 홍종학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물류단지에 들어선 대규모 점포로는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신세계 프리미엄아울렛 여주점,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 등이 있다. 모두 서울 외각 지역에 들어선 교외형 아웃렛이다. 물류사업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물류단지에 허용된 범위 내에서 대규모 상업시설을 지은 것이다 . 이에 대해 한 대형 유통업체 점포개발팀 관계자는 물류단지를 통해 점포를 개발하는 방식은 상업단지에 점포를 내는 것보다 투자금이 적게 들기 때문에 그동안 유통업체들이 허허벌판 지역에서 사업이 뛰어들었던 것”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사실상 땅값이 비싼 상업지역에만 점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교외형 아웃렛 사업은 불가능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 외곽에 생기는 대형 유통시설의 긍정적 효과를 무시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계 프리리머엄아울렛 여주점의 경우 160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 중 90%가 여주시민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2008년 여주 아울렛을 오픈한 이후 누적 방문자가 4000만명에 달한다”며 이로 인해 주변 관광지가 새롭게 주목받고 숙박시설 등도 많이 생겨나는 등 지역경제에 공헌한 측면이 무시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홍익표 더민주 의원·조경태 새누리당 의원도 각각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유통업체 옥죄기에 가세했다. 박 의원은 대규모점포 신설시 반경 2km 이내에 접하는 인접 시·군·구에도 상권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했고, 홍 의원은 대형유통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상품공급점도 준대규모점포에 포함시켜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받도록 했다. 조경태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가 대규모점포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하고 전통상업보존구역 입지제한 대상에 660㎡ 이상 3000㎡ 이하 점포를 신규 포함시켜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 관계자는 현재도 대규모점포 입점시 인접 시·군·구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돼 있는데 박지원 의원의 개정안은 이를 더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과도할 수 있다”면서 조경태 의원의 개정안도 법안 내용 대부분을 허가제로 바꾸자는 것으로 과도한 규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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