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브렉시트후 외국인 3조 유턴…한국시장 `러브콜` 이어지나
입력 2016-07-24 17:36 
지난달 발생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악재가 수그러듦에 따라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전 세계 펀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 한국의 양호한 펀더멘털도 외국인의 '바이코리아' 행진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글로벌 펀드분석업체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47억68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올 들어 최대 규모의 주간 순유입이다. 신흥국 채권형 펀드에도 48억5400만달러가 순유입됐는데 이는 4월 21일부터 27일까지 49억4800만달러가 순유입된 이후 3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반면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선 지난주에 109억6200만달러가, 선진국 채권형 펀드에선 30억5700만달러가 각각 빠져나갔다. 선진국 채권형 펀드에서 일주일 사이에 30억달러 넘게 순유출이 발생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들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하면서 신흥국 주식과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일종의 낙수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신흥국의 펀더멘털이 바닥을 찍고 올라오고 있는 데다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이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등 재정확대 정책을 펼 여지가 많아 외국인들은 선진국보다 신흥국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증시도 수혜를 입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2일까지 2조7683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신흥국으로의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유입은 2013년 이후 3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다만 외국인들의 투자 흐름을 보면 시가총액 상위 주식을 가리지 않고 쓸어 담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브렉시트 이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4259억원)다. 반면 기아차(1366억원) 현대차(695억원) LG화학(583억원) 등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거 팔아 치웠다.
최근 외국인들은 업황이 호조를 보이거나 수출 실적이 괜찮은 종목들을 골라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도체 등의 호조가 예상되자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주식을 각각 2397억원, 1531억원어치 샀다. 수출 증가가 예상되는 KT&G도 외국인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당분간 외국인 순유입이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과 풍부한 유동성 환경에 주목한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으로 발표되는 기업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보여 외국인 순매수 기조가 더욱 강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글로벌 자금이 최근 유동성이 확대되자 신흥국 쪽으로 이동하면서 한국도 함께 수혜를 입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더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최근 급등한 원화가치와 높아진 실적 기대감 때문에 외국인이 다시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화가치가 이미 많이 올라 향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외국인 입장에서 국내 상장사의 매력도는 예전만 못하다"며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기업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또 최근 신흥국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대부분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박성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패시브 투자 자금은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는데 최근 원화가치가 급격하게 올랐다는 점이 다소 부담스럽다"며 "환차익 욕구가 커지거나 대형 이벤트 등이 발생할 경우 자금이 대거 빠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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