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테러·광기에 신음하는 유럽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입력 2016-07-24 17:00 

유럽이 테러와 광기의 공포에 신음하고 있다. 일상을 즐기는 시민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벌어지는 소프트테러 확산으로 유럽 어느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속에 유럽전역이 패닉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독일 남부도시 뮌헨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 10대 7명을 비롯해 9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지난 18일 뷔르츠부르크 열차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17세 독일인 청소년이 도끼를 휘둘러 5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나흘만이다. 또 지난 14일 프랑스 니스에서 튀니지계 프랑스 남성이 혁명기념일 행사에 들뜬 군중을 트럭으로 덮쳐 84명이 사망한 지 아흐레만이다.
채 열흘도 안 돼 3건의 참혹한 테러가 잇따라 벌어지자 유럽 사회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축제 현장과 통근 열차, 패스트푸드점과 쇼핑몰 등 일상 생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극단적 폭력 사태가 벌어진 탓에 충격은 더욱 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뮌헨 총기 난사 사건 직후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우리 누구라도 있었을 법한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과연 어디가 안전하냐는 의문을 남겼다”고 우려했다.
24일 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총격 사건은 현지시간으로 22일 오후 5시 50분경 발생했다. 뮌헨 도심 올림피아쇼핑센터 옆 맥도널드 건물에서 짙은 청색 계통 바지와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 1명이 행인들에게 총을 쏘며 거리로 나왔다. 용의자는 뮌헨에서 나고 자란 18세 이란계 독일인이었다. 맥도날드 매장 안에서 음식을 먹던 또래 10대들을 향해 권총을 난사한뒤 매장에서 나온 후 길을 건너 올림피아쇼핑센터로 향하며 공포에 질려 달아나는 행인들을 향해 총질을 계속했다. 당시 올림피아 쇼핑몰에 있었던 후세인 바이리(29)는 용의자가 총을 난사하며 나는 너희 모두를 죽일 것이다”라고 외친 후 나는 독일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NBC뉴스에 전했다. 광란의 총기 난사 후 용의자는 현장에서 도망쳤다. 독일 경찰은 대터러특수부대와 저격요원, 헬기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추격전을 펼쳤다. 사건은 2시간 반이 지난 저녁 8시 30분경 용의자 시신이 발견되면서 종료됐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경찰에 붙잡히기 직전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이날 총격으로 9명이 목숨을 잃고, 어린이를 포함해 20여명이 부상했다. 사망자중 7명은 10대였다. 부상자 가운데는 일부 위중한 이들도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불법으로 산 것으로 추정되는 9㎜ 구경 권총과 탄환 300여발을 지닌 채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경찰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용의자가 우울증에 걸려 치료를 받았고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나 난민 문제와 연계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용의자가 대량 살상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용의자의 방에서는 ‘‘왜 아이들이 살인을 저지를까: 학내 총격범들의 심리라는 책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22일이 5년 전 노르웨이에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사상 최악의 테러를 저지른 날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당시 극우주의자였던 브레이비크는 오슬로 정부청사에 폭탄을 던진 후 집권 노동당의 청소년 캠프가 있는 우퇴위아섬으로 이동, 청소년들을 총기로 난사해 77명을 숨지게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뮌헨 총기 난사 용의자는 학교에서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유럽에서 발생한 사건들이 기존 테러와 양상을 달리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에 섞이지 못한 채 겉도는 외톨이와 정신질환자들이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니스 테러범과 뮌헨 총기난사 사건 범인들은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현지 수사 당국은 이들이 IS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후베르투스 안드레 뮌헨 경찰국장은 총기 난사범에 대해 미치광이들이 관련된 대량살해에 관한 책과 글들에 빠져있었다”며 이는 정신병이 있는 이들의 전형적인 행태”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2000∼2015년 테러 공격을 저지른 자생적 테러리스트, 이른바 ‘외로운 늑대들 중 35%가량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최근 들어 개인적 광기와 테러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 그만큼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외신들은 댈러스와 배턴 루지에서 일어난 경찰관 저격 사건 범인들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며 유럽과 미국 모두 테러뿐 아니라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과 관련한 정보수집과 점검을 강화할 필요성을 지적받고 있다”고 전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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