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노동자 일감 몰리지만 임금 체불에 속 태우네
입력 2016-07-22 06:02 
강북 재건축현장 DMC2차 아이파크 공사현장일대 /사진=이충우 기자
[뉴스&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례없는 아파트 건설·분양 열기… 사업지 몰린 현장, 3년 새 임금 최고 30% 상승
-밝은 빛 뒤의 그림자 '임금체불'·임금보증제 6년째 국회 표류 중인 가운데 건설노조 대규모 집회 열어

 "아이고, 요즘은 아파트 공사가 하도 많아서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요. 지방은 인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건설사들이 인근 다른 회사 사업장은 언제 공사를 시작할 건지 눈치 작전까지 할 지경입니다." 지난 6월 '제20회 살기 좋은 아파트' 현장 심사에서 만난 장재율 모아종합건설 사장의 말이다.
 "하루에 8시간 정도 일하고 10만~15만원 받아가면 좋은 거죠. 조선족이나 중국인이 많았지만 요즘은 젊은 사람을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도 만만치 않아요. 고되지만 큰 기술 없이 하루에 10만원 넘게 벌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으니까요." 태양이 내리쬐는 오후 서울 영등포 신길뉴타운 일대 아파트 공사장에서 작업하던 A씨(57)의 말이다.
 취업에 도움이 될 듯한 '이색 스펙'인 데다 몸값이 오르면서 하루 기준 2배 이상 되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젊은이들도 '공사판'을 찾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최저임금 6470원을 받으며 8시간 일하는 경우 하루에 받을 수 있는 돈은 5만1760원이다.
 최근 3년간 분양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으면서 건설노동 시장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아파트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상품이라면 건설노동 시장은 상품을 만드는 '파생 수요 시장'이다. 지어야 할 아파트가 늘어나니 건설사들의 인력 수요도 늘면서 인부들 몸값이 평균 15~30%가량 올랐다는 것이 건설사들 설명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공사현장이 몰린 동네의 경우 3년 새 수도권은 10~20%가량 올랐지만 일손이 부족한 지방은 30%가량까지 올랐다"며 "건설 공사는 추운 겨울보다는 날이 따뜻한 여름에 본격 진행되기 때문에 요즘 같은 6~8월에 부산·대구·광주·전주를 비롯해 대형 택지지구가 있는 지방에서는 임금을 올려줘도 사람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건설근로자 하루 평균 임금은 16만8571원으로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이던 2008년(11만7524원)에 비하면 1.5배가량 되는 수준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업지가 몰려있는 현장은 상승세가 더 크고 전기 용접 공사 등 전문적인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 임금이 단순 공사를 맡는 경우에 비해 더 올랐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배관이나 용접 관련 임금은 사업장별 편차를 감안해도 단순 작업에 비해 최소 10~20%가량 더 높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찬바람이 국내 주택·건설 시장을 휩쓸고 갔지만 2014년 즈음부터 분위기 반전이 일어났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대규모 택지지구 조성'에 팔을 걷어붙였고 집 지을 땅이 없다는 서울은 2014년 정부와 국회가 이른바 부동산 3법 개정을 통해 '재건축 살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부동산 3법의 주요 내용은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재건축사업 초과이익환수제를 유예하는 한편, 재건축 시 조합원이 최대 3주택까지 입주권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선(先)분양·후(後)시공' 관행에 따라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아파트를 지을 인력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추세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금융위기 여파로 아파트 분양 물량이 바닥을 쳤던 2010년(총 17만2907가구) 이후 2014년(총 33만1251가구)부터는 연간 물량이 30만가구를 넘어섰다. 올해 말까지 분양 예정인 아파트만 해도 총 44만6031가구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다. 시장은 호황이지만 건설 노동자들은 임금 상승에 웃고 임금 체불에 운다. 시기상 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때와 궤를 같이한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분야 임금 체불 노동자는 2010년 3만3372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4년 7만742명까지 늘었고 임금 체불액 역시 같은 기간 1464억원에서 3031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통상적으로 임금 체불은 사업주(시행자)가 원도급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급해도 다시 하도급을 맡은 하도급 기업이 중간에서 이를 가로채고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 때문에 지난 6일 서울시청 앞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 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조합원 2만여 명(경찰 추산은 1만4000여 명)이 모여 임금 체불 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 시공 확대' 등 고용 개선을 요구하는 '2016 건설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여기에는 중소 하도급업체가 일용직 건설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제때 주지 않는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차라리 자금 여건이 나은 원도급업체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간 정부는 매년 반복되는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한 방안으로 2011년부터 '임금지급보증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임금지급보증제란 사업주(시행자)가 보증서를 발급하면 보증기관이 체불 임금을 우선 지급한 후 나중에 체불업체에 대신 낸 돈을 돌려받는 식의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한편에서는 안전사고에 대한 조바심도 늘어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부러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사고를 내는 인부들도 있어 현장에서는 암묵적인 블랙리스트를 만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단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사람을 가려받기가 힘들다"며 "안전사고가 나면 기업 이미지도 나빠지기 때문에 사전 안전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는데 사업장이 많다 보니 만만치 않은 노력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인오 부동산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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