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노브라’ 열풍에 빅토리아시크릿 굴욕
입력 2016-07-21 17:15 
2014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미국에서 ‘노브라 차림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패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20일 미국 일간지 USA TODAY는 어린 여성들이 첫 번째 브레지어를 사면서 성인식을 했다면 이제 젊은이들은 브레지어를 벗어던지면서 여성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이번 유행은 ‘노브라를 투쟁 수단으로 삼았던 60년대 여성 해방 운동과 다르다”며 오늘날 여성들은 정치적 이유가 아닌 개인의 안락함과 패션을 위해 노브라를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필수품으로서 패션의 한 축을 담당했던 브레지어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속옷 왕국을 건설했던 빅토리아 시크릿의 아성도 위협받고 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회사인 엘 브랜드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0% 하락했다. 시장조사업체인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올해 엘 브랜드의 매출이 6.3%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엘 브랜드는 수입의 1/3을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가브리엘라 산타니엘로 에이라인파트너스 패션 전문 연구원은 그동안 빅토리아 시크릿의 메세지는 ‘가슴을 모아야 한다, ‘섹시해져야 한다, ‘힙업해야 한다 등이였는데 이제는 자연스러운 게 대세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게임에 뒤쳐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래이첼 왕 얼루어(Allure) 편집장은 노브라는 패미니즘만큼 오래된 것이지만 최근들어 ‘젖꼭지를 해방하라와 같은 제3의 물결에 힘 입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브라는 패션 모델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연예인이나 일반인이나 너나 할 것 없이 길거리에서 슬립 드레스 하나만 걸치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브라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브라렛(끈이 없는 브라)를 택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NPD GROUP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점차 패드가 있는 브레이지어를 버리고 브라렛 혹은 끈이 투명한 브레이저로 옮겨가고 있다. 속옷업체인 프룻오브더룸 관계자는 우리는 스포츠 브레지어 판매가 급증하는 것을 보며 노브라 유행의 충격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격 비교 사이트인 숍스타일닷컴(ShopStyle.com)은 브라렛 검색건수가 올해만 121% 증가해 전체 검색에서 3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를 의식하기라도 한듯 패드가 안 들어간 새로운 브라렛을 올해 출시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히트작이자 주력 상품이 가슴을 모아주는 ‘푸시업브라인 점을 고려하면 ‘노브라 트렌드는 세계 최대 속옷업체의 자존심까지 무너뜨리고 있는 셈이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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