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친박계 반격의 서막’ 녹취록 역공세 통할까?
입력 2016-07-21 16:24 

공천 개입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친박계가 역공 모드로 돌아섰다. 흔들리는 계파의 중심을 다잡고, 친박 책임론을 완화하려는 의도다.
먼저 친박계 핵심들이 옛 친이계인 김성회 전 의원을 종용해 자신의 출마 지역구를 교통정리했다는 의혹을 받던 서청원 의원이 입을 뗐다. 전날까지 ‘음습한 공작 정치라고 규정했던 서 의원은 2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의원 측이 녹취록 공개 전 수차례 폭로 위협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녹음에 보면 김 전 의원이 ‘지역구를 변경하라는 게 VIP(대통령) 뜻이냐”라고 반복해 물었는데, 이는 답변을 유도한 것이라며 김 전 의원이 이를 녹취했다가 공천에서 탈락하니깐 주변에 이를 터뜨리겠다고 자주 얘기하고 다녔고, (전당대회를 앞둔) 이 시점에 터뜨렸다”고 말했다. 서 의원의 이같은 작심 발언은 녹취록 공개가 돌발적인 게 아닌 비박계의 공작이라는 친박계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것으로 읽혀진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공천 관련 논의들은 때론 격하게 때론 점잖게 여야를 막론하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반드시 친박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솔직히 김무성 당시 대표는 그런 적이 없느냐. 불확실한 여론조사 등 자료를 들이밀면서 일부 예비후보들을 불러 타지역구 출마를 종용하는 등의 행태가 있었던 것도 다 알려진 일 아니냐”며 총선은 이미 지나간 일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미래를 보고 갈등보다는 화합하는 분위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와 거리를 두던 범친박 이주영 의원도 녹취록을 통해 계파갈등을 조장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의원은 참 잘못된 일이고 중진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면서도 이 문제를 갖고 다시 분란을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이어 비박계의 단일화 견제에 나섰다. 그는 전대가 가까워지면서 비박을 자처한 후보들의 단일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계파 간의 이해관계로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이는 국민과 당원 동지에 대한 배신이자 도전행위”라고 호소했다.

다만 당권 경쟁 다툼에서 한발짝 비켜나 있는 친박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우택 의원은 PBC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 않으면 소모적인 계파간 설전이 이뤄지고 과거에 매몰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며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비박계 당권주자들은 철저한 진상조사에 이어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정병국 의원은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시점에서 공작이냐, 아니냐라고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당에서는 신속히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법적 조치까지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이 속한 옛 친이계의 좌장 역할을 했던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한구 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 등 이른바 ‘공천 5인방의 새누리당 탈당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새누리당 선거관리위원회는 3차 전체회의를 열고 당 대표 후보가 7명 이상일 경우 컷오프를 도입하기로 했다. 예컨대 당 대표 후보로 최대 6명까지는 컷오프를 실시하지 않고 경선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현재까지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는 이주영·정병국·주호영·한선교·김용태·이정현 의원 등 6명이다.
다음달 2일 실시되는 컷오프 여론조사는 당 대표는 선거인단(70%)과 일반국민(30%)을 대상으로, 최고위원과 청년최고위원은 선거인단만 대상으로 진행된다. 여론조사 유·무선 비율은 무선(80%)이 유선(20%)보다 높아 이번 선거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퓨처라이프포럼 2기 출범식 겸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내년 말 대선을 겨냥해 몸풀기에 나선 평가가 나온다. 다만 김 전 대표는 최근 현안에 대해서는 일정한 거리를 뒀다. 세미나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그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 친박계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에 대해 말 안 하겠다”, 아는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명환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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