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홈케어 12조원 시장, O2O로 잡을래요
입력 2016-07-21 15:05  | 수정 2016-07-22 15:47
청소도우미 연결 서비스 와홈을 만든 이웅희(오른쪽)·에드워드 한 공동대표가 앱을 켜고 가사도우미들과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한주형 기자>

빗자루 잡아본 적 있습니까? 한국 시장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던가요?”
모건스탠리와 JP모건에 다니다 사표를 내고 한국서 창업을 하겠다고 찾아온 두 청년이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마뜩치 않았다. 사업아이템이라고 들고 온 게 ‘청소였다. 좋게 표현하면 홈클리닝 O2O, 나쁘게 말하면 파출부 소개업이다. 금수저들이 흙수저 사업을 한다는 거였다.
두 청년은 물러서지 않았다. 사무실이 아니라 현장으로 달려갔다. 청소기를 들고 가사도우미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들이 창업한 ‘와홈은 서비스 출시 1년만에 월매출 2억원을 기록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웅희 공동대표(29)는 코스모폴리탄이다. 중학생 시절 잠깐 한국에 살았다. 초등학교는 미국 LA에서, 고등학교는 캐나다 밴쿠버, 대학은 미국 코넬대(호텔경영학)를 나왔다. 모건스탠리에 취업해 홍콩지사에서 근무했다. 이곳에서 4년동안 한국 등 아시아 기업들 투자유치 업무를 했다. 2014년 모건스탠리 아시아 대표가 설립한 밴처캐피털에 합류했다. 1년 동안 스타트업을 연구하고 투자를 이끌었다.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 원조격인 고고밴 투자업무를 맡았다. 고고밴은 수백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대박을 쳤다. 기뻤지만 한 편으로 가슴 한 구석에 진한 아쉬움이 배었다. 이 대표는 승승장구하는 고고밴을 보면서 ‘내가 만든 회사가 성공하면 얼마나 기쁠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조력자가 아니라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즈음, 운명의 동반자 에드워드 한 공동대표(34)를 만났다. 지인 소개로 만난 그는 당시 JP모건을 퇴사하고 라운지와 바를 추천해주는 O2O 스타트업 ‘시넷워크를 공동창업한 상태였다. 두 사람은 인터넷을 통해 창업 노하우를 주고 받았다. 일찍 스타트업에 눈 뜬 한 대표가 홈클리닝 O2O를 제안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하우스조이 ‘핸디와 같은 기업들이 성업중이었다.

이 대표는 한국에 그런 비즈니스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당장 시장조사부터 했다. 직업소개소를 돌며 300여명의 가사도우미를 만나 인터뷰했다. 자체 분석한 결과 한국 홈케어 시장은 12조 원 규모에 달했다. 가사도우미들이 월 10만~20만원 회비를 내고 무작정 ‘콜을 기다리는 구조다. 콜이 없는 날은 기다리기만하다 돌아가는 일도 허다했다. 충분한 시장에 열악한 환경, O2O에 딱 맞는 조건이었다. 이 대표는 한국 홈케어 시장은 규모는 큰 데 공급과 대우가 형편 없었다”며 모바일 앱을 통해 기형적 시장을 혁신하고 싶었다”고 했다.
시장 조사를 마친 뒤 두 사람은 빗자루부터 들었다.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스팀청소기 등 청소용품을 사서 무작정 서울 지역 부동산을 돌았다. 이사 후 빈집 청소하는 일을 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님에게 건네주기 위한 자양강장제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몸으로 부딪치니 청소가 보였다. 이 대표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마음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며 사업을 구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난해 4월 두 사람은 와홈을 설립하고 투자처를 찾았다. 처음엔 한국 생활 경험이 부족하다,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두 사람은 약점을 강점으로 활용하고자 마음먹었다. 한 대표는 미국 등 다른 시장을 경험하고 왔기에 한국에서 익숙한 관습들을 익숙하지 않게 보는 게 장점”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전통적 홈케어 시장이 O2O 사업으로서 성공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어필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와 벤처업계에 근무하며 기업설명회(IR)를 하고 들어본 경험이 많았던 건 큰 자산이었다. 사업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모습과 방향을 제시하자 투자자들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와홈은 앱 출시 전인 지난해 4월엔 배용준 키이스트 대표, 5월엔 스파클랩, 매쉬업엔젤, 패스트트랙 아시아 등으로부터 총 10억원 규모 종잣돈을 마련했다.
서비스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직접 매칭시키는 모델로 개발했다. 이 대표는 기존에 있던 앱들을 보니, 콜을 취합해 단순 배분하는 ‘온라인 직업소개소 방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이들과 차별화를 기하고 싶었다”면서 와홈 이용자들은 거의 대부분 직접 매칭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가사도우미(와홈 내부적으로는 ‘헬퍼라고 부른다) 처우 개선에도 힘썼다. 콘레드호텔 하후스 키핑 총지배인 출신 제시카 리 등 전문가를 영입해 자체 커리큘럼을 만들어 헬퍼 교육을 맡겼다. 또 회사 차원에서 산재보험에 가입해 헬퍼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었다. 이 대표는 수익과 교육, 보장 면에서 헬퍼들이 만족하고 있다”며 서비스 품질이 월등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설립 석 달만인 지난해 7월 와홈 앱을 선보였다. 초기엔 홈클리닝 수요 특성을 고려해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홍보로 시작했다. 새벽 양재 꽃시장에서 산 수국을 갖고 오전엔 강남 아파트 단지를, 오후엔 대치동 학원가와 카페를 돌며 주부들을 만나 서비스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이용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서비스 지역을 강남 3구에서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고 올 2월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월 50%이상 성장을 기록하며 안착했다. 지난 6월 기준 월 거래 건수는 5000건, 재구매율은 60%에 달한다.
와홈 목표는 연내 월 거래건수 2만 건, 월 매출 10억 원 달성이다. 이용자가 두터워지면 토털 홈케어 서비스로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청소를 넘어 도배, 설비 등 가정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했다.
국내 소셜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카카오가 홈클리닝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은 와홈에 위기이자 기회다. 이 대표는 카카오같은 대기업이 진출하면 홈클리닝 시장이 커지고 이미지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카카오는 이미 여러가지 O2O사업을 하는 만큼 와홈처럼 압도적 플레이어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진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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