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내 상습 폭행한 남편…영장 두차례 기각후 살해
입력 2016-07-21 10:16 
아내 상습 폭행/사진=MBN
아내 상습 폭행한 남편…영장 두차례 기각후 살해



아내를 상습 폭행해 온 60대 남성이 결국 아내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습니다.

아내는 남편의 가학적 폭력으로 이전에도 혼수상태에 빠진적이 있음에도 영장이 두 차례 기각돼 가정 폭력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0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14일 송모(61)씨와 아내 A(58)씨가 관악구 자택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두 사람 모두의 장기에서 약물이 발견됐습니다. 구체적인 사인은 현재 분석 중입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송씨의 유서에는 처지를 비관한 내용만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송씨의 이전 행동으로 미뤄 송씨가 약물로 A씨를 살해하고서 본인도 약물을 투약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수사 기관에 따르면 송씨는 뇌병변 장애가 있는 A씨에게 도를 지나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송씨는 올해 3월 A씨가 '이가 좋지 않은 데도 오징어를 먹는다'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A씨는 두개골 골절 등 중상을 입었지만 9시간 동안 방치됐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수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겨우 의식을 회복했습니다.

조사에서 A씨의 몸에는 가학적 폭행을 당한 흔적이 발견됐고, 경찰의 신청을 통해 검찰이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송씨의 폭력은 그런데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올해 5월에는 '상추를 봉지째 상에 놨다'는 이유로 폭행하다가 A씨가 도망갔고, 쫓아가 밀어 머리에 상처를 다시 입혔습니다.

A씨가 피를 흘리며 이웃에 구조 요청을 해 다시 송씨는 검거됐습니다. 송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두 사건을 병합해 다시 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은 다시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송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눈물을 흘리며 반성해, 법원이 가정의 회복을 위해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A씨는 "내가 맞을 만해서 맞았고 남편은 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추가 피해 우려가 있어 6월 A씨를 쉼터에 보내 남편과 격리했습니다.

송씨는 그 뒤로도 A씨에게 '죽여줄게'라는 등 살인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계속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A씨는 쉼터에 적응하지 못하겠다며 남편에게 돌아갔고, 끝내 목숨을 잃은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송씨에 대해 세 번째 구속 영장을 신청해 이달 1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송씨는 A씨 이전에 함께 살던 전 부인에게도 가정폭력을 일삼다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등 다수의 폭력 전과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약물의 성분 등 사인은 현재 분석 중"이라며 "격리를 해야 할 상황인데도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격리하지 못하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은 유감의 뜻을 전했습니다.

법원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다만 송씨가 유일한 보호자로서 A씨가 남편과 관계 회복을 원하고 있었던 점을 참작해 기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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