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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인천상륙작전’, 할리우드 거품 걷어내니 싱거운 국뽕
입력 2016-07-21 09:04  | 수정 2016-07-21 09:2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이쯤 되면 부족한 결과물이 나오는 게 더 어려운 상황이다. 무려 180억 원에 달하는 자본, 애국심을 자극하는 소재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숨겨진 이야기, 여기에 ‘흥행 보증수표 이정재와 ‘연기파 배우 이범수의 맞대결로도 모자라 영화 곳곳에 숨겨진 카메오들은 어벤져스 급이다. 결정적으로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까지 지원 사격에 나섰다.
영화는 1950년 9월 15일 자정, 작전명은 크로마이트. 모두가 알고 있는 인천상륙작전 속 숨겨진 실화 그리고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6.25 한국전쟁을 소재로 삼았지만,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특전사들을 중점적으로 다뤄 첩보물에 가깝다.
영화의 포문을 연 리암 니슨은 등장부터 강렬하다. 맥아더 장군이 살아있다면 꼭 이런 모습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역사책을 뚫고 나온 듯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다. 대형 태풍 '제인'이 불어 닥친다는 예보가 전해진 가운데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명하고, 이 비밀 작전의 핵심 인물들인 켈리 부대가 등장한다. 그렇게 첫 10여분은 박진감이 넘친다.
하지만 ‘5000:1이라는 희박한 확률임에도 맥아더가 이 작전을 고집하는 이유가 밝혀지는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웅장한 스케일 안에 화려한 출연진, 코믹에 액션은 물론 전쟁신, 눈물샘을 자극하는 신파까지 모두 갖췄다. 조화롭지 못하다는 게 문제.
영화는 긴장감이 절정에 다다를 때 쯤 돌연 코믹(위트)을, 뭉클 하려던 찰나에 긴장감을, 잊을만하면 뜬금없이 맥아더의 명언들을 쏟아내며 감정의 흐름을 방해한다. 개연성 없는 장면의 전환은 몰입도 역시 떨어뜨려 급기야 지루하게 느껴진다. 특히 맥아더의 시와 같은 명언이 나올 땐 어김없이 배경음이 깔리며 감동의 포인트를 과도하게 직접적으로 드러내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 마디로 어디에서도 구하기도 힘든 특급 재료들을 모아놓고도 불 조절을 못해 한 방에 태워버린 모양새다. 우리들의 슬픈 역사, 한국 전쟁을 다룬 영화라면 선과 악 그리고 승자도 패자도 없는 희생 뿐인 싸움이라는 점에서 비극적 아픔이 느껴져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아련함도 잘 와 닿지 않는다.

고증을 토대로 한 장면들도 곳곳에 삽입했으나 제작진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감동 대신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담고 싶은 이야기와 그림은 너무 많고, 화려한 출연진의 분량을 확보하고자 동분서주하는 동안 이 모든 요소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는 이음새가 제 역할을 못하게 된 것. 결국 흩어진 장면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뻔한 결말을 향하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된다.
물론 이정재 이범수의 카리스마 대결과 박철민의 열연, 리암 니슨의 강렬한 존재감에는 이견 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가 몰랐던,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에 시선을 돌렸다는 점 역시 의미는 깊다.
하지만 이재한 감독의 전작 ‘포화 속으로와 비교하면 나아진 게 없다.
올 여름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던 ‘인천상륙작전은 한 마디로 이재한 감독의 한계를 제대로 드러낸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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