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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대응하는 자세, 대비된 NC-삼성의 사후대처
입력 2016-07-21 06:01  | 수정 2016-07-21 09:40
지난해 불법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은 안지만(사진)과 윤성환에 대한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이지만 또 다른 도박관련 의혹이 안지만에게 제기됐다. 사실로 밝혀진다면 삼성은 사면초가 상황에 몰리게 될 위기에 놓였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본보기와 공정경쟁의 장이 되어야할 프로야구 판이 몸살을 앓고 있다. 참담한 소식이 전날인 20일 몇 시간 간격으로 연달아 터지며 야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 가운데 사건 중심 속 두 구단의 대처방식이 사뭇 달랐다. 신생구단 NC 다이노스가 신속하고 여지없는 결단을 내리는 사이 전통의 명가 삼성 라이온즈는 어정쩡한 대처로 일관, 향후 문제를 더 크게 키우는 상황이 초래될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20일 오후 NC 투수 이태양(23)의 승부조작 혐의 의혹이 제기됐다. NC는 조만간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구단의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후 두 시간여가 지났을 무렵 구단은 이태일 대표이사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냈다. 내용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사과, 그리고 후속대처가 담겨져 있었다.
창원지방검찰청의 공식발표가 나오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NC는 이날 강경하게 사안을 대처했다. 스포츠경쟁의 근간을 뒤흔들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 엄벌하는 의미로 소속선수 이태양의 실격처분과 계약해지를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추가적으로 선수단 관리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인 구단에 대한 징계를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요청했으며 향후 윤리감사관제도를 신설해 보다 실효성 있는 선수단 관리 교육시스템을 만들 것임을 약속했다.
반면 삼성은 쌓이고 쌓였던 사안이 폭발직전의 단계까지 오고 말았다. 지난 시즌 말미 삼성소속 주축투수인 안지만, 윤성환은 불법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두 선수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졌고 삼성 구단은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다.
함께 혐의를 받았던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임창용(KIA, 당시 삼성소속)이 약식기소 처분을 받으며 법적책임을 끝낸 반면 안지만, 윤성환에 대한 수사는 해가 넘겼음에도 구체적인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삼성 구단은 이들 두 선수를 안고 가기로 결정하고 비시즌 해외전지훈련에 합류시켰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동안은 출전하지 않았지만 여론의 동태를 살피던 구단은 시즌 개막이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 두 선수를 엔트리에 등록시키고 지난 4월6일 수원 kt전에 차례로 등판시켰다. 두 선수는 이후 꾸준히 시즌을 치렀다.
수사의 칼날은 여전히 삼성 소속 두 선수를 향했다. 지난 6월 검찰조사까지 받은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불안한 미래가 지속되고 있던 것. 그런데 전날 사달이 났다. 최근 부진한 성적과 함께 어깨 통증이 겹치며 19일 1군에서 말소된 안지만이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지검 강력부는 안지만을 비공개로 소환해 불법 도박사이트 관련 혐의를 조사했다고 20일 밝혔다. 안지만은 이후 지인에게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했지만 불법도박 사이트인줄은 몰랐으며 음식점창업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촉망받던 투수자원이었던 NC 이태양(사진)이 승부조작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NC 구단은 혐의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선수에 대한 계약해지를 KBO에 요청했다. 사진=MK스포츠 DB
승부조작과 불법도박 혐의. 두 사안 모두 프로야구 판을 넘어 스포츠전반을 좀먹게 하는 치명적인 부정행위다. 야구계 전체의 자성과 대책마련이 시급한 사안.
그럼에도 사건 속 NC와 삼성의 엇갈린 사후대처는 극명히 대비될 수밖에 없었다. 사건의 경중을 떠나 NC는 발 빠르고 엄중한 결단을 내렸다. 해당선수의 계약해지라는 중징계 처벌을 내렸다. 또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안을 내놨으며 구단자체에 대한 징계도 KBO에 요청,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행보를 보여줬다. 참신한 이미지였던 신생구단으로서의 장점 퇴색 최소화 및 야구계 전체의 화두인 클린베이스볼 실현의 적극의지를 드러낸 것.
반면 삼성은 말 그대로 어정쩡한 태도로 사안에 발목이 잡힌 꼴이 됐다. 급기야 도박혐의 당사자인 해당선수에게서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지며 선수단 관리라는 큰 틀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2008년 당시에도 삼성은 소속선수가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억 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문제를 일으킨 사실이 있었다. 지난해는 리그 전체를 뒤흔들었던 도박사건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여진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된 것. 삼성은 정확한 수사결과가 나오기 이전이라고 항변했지만 의혹이 여전한 가운데 해당선수들을 경기에 출전시켜 향후 초래될 부정적인 결과를 간과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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