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시작된 대우건설 새 사장 선임과정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당초 회사 내부 현역 임원으로만 제한됐던 후보 자격을 갑자기 외부 전문가로 넓히면서 논란을 키운데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정치권의 비호를 받는 특정 후보를 낙하산으로 꽂아넣으려 한다는 외압설까지 돌자 급기야 당초 예정됐던 후보 1인 인선 과정이 기약없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20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최종 사장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개최한 회의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결렬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위원들 사이에 의견조율이 안 돼 결론이 안 나왔다”며 조만간 다시 사추위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이날 대우건설은 사추위 회의에서 현재 두 명으로 좁혀진 후보군 중 최종 후보를 정한 뒤 곧바로 이사회를 열고 후임 사장 선임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최종 2인으로 꼽힌 것은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상임고문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이다.
이중 대우건설 노조를 포함한 일부가 산은이 특정인을 밀고 있다는 ‘내정설을 주장하며 반발하자 사추위가 최종 결정에 부담을 느껴 결정을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 당시 특정인을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무리하게 공모 절차를 바꾼 것이 이런 의혹을 키웠다. 지난달 이미 내부 현역 임원진을 대상으로 후보를 받아 박영식 당시 대우건설 사장과 이훈복 전략기획본부장(전무)을 최종 2인으로 추린 후 같은달 10일 최종 면접까지 진행했지만, 둘 중 아무도 뽑지 않고 후보를 다시 모집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최종 2인으로 박창민 고문과 조응수 전 부사장이 선정되자 의혹은 더욱 커졌다. 특정 후보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자 대우건설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해당 인사에 대한 반대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산은은 이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당초 21일로 예정됐던 사추위 회의와 이사회 일정을 하루 당긴 20일에 열면서 이같은 의혹을 정면돌파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정작 이날 회의에서 결정에 대한 부담 탓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한편 이날 사추위가 최종 후보 결정을 못한 만큼 같은날 열기로 한 이사회와 향후 사장 선임 안건을 처리하기로 한 주주총회 일정 역시 줄줄이 미뤄지게 됐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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