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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②] ‘매미, 여름 내내…’ 박성호 감독이 말하는 ‘다큐’의 힘
입력 2016-07-20 10:12 
사진=천정환 기자
[MBN스타 유지혜 기자] 9년간 매미를 따라다니며 매미의 생태를 카메라에 담아낸 영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의 박성호 감독은 본업과 영화 촬영 병행이 전혀 힘들지 않다며 식지 않은 열정을 드러냈다.

영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는 90분 상영시간 안에 우화, 생존, 번식 등 배일에 쌓여있던 매미의 모든 생태가 담겨있는 작품으로, KT올레TV, SK BTV, LG유플러스TV와 디지털케이블 VOD에서 개봉했다. 이 작품을 위해 박성호 감독은 9년이란 세월 동안 매미를 관찰했다.

박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감독이지만 MBC플러스에서 예능제작관리를 책임지는 MBC에브리원 센터장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9년 동안 한 해에 3개월이란 짧은 시간 동안 나고 자라는 매미를 관찰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박성호 감독은 이에 대해 중간 중간에 저를 일으키는 모티베이션(동기부여)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가장 큰 모티베이션은 ‘책 출간이었다. 제가 매미를 관찰한 영상과 자료를 토대로 동명의 책을 출간했다. 책을 출간한 이후에는 저자로서 생태 강의를 나가고는 했다. 아이들과 다큐를 함께 보고, 강의하고, 매미 껍질을 찾기도 했다. 매미에 대한 기사를 한 매체에서 연재를 하기도 했다. 그런 활동들이 저를 버틸 수 있게 해줬다. 사실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할 때에는 9년이나 제가 붙잡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웃음) 종종 등장한 저만의 ‘이벤트들이 동력이 된 것 같다.”

박 감독은 여름이 되면 낮에는 업무를 하고, 저녁에는 매미를 촬영하러 가는 일상을 반복했다.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필요한 일이지만, 박성호 감독은 힘든 줄 모르고 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시간을 쪼개 매미에 대해 공부하고, 촬영하고, 또 공부했다. 이런 박 감독의 노력 덕분에 평소 친분이 있던 성우 배한성이 기꺼이 영화의 내레이션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박성호 감독은 이렇게 영화에 공을 들인 것에 아이들은 직접 만나고,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에게는 ‘경험이 중요하고,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 책이 미처 보여줄 수 없는 걸 담아내는 게 영상이라 생각한다. 다큐를 통해 아이들이 경험을 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파브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한 편의 다큐가 아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기능적인 것만 가르치지 않고, 아이들이 가능한 한 다양한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사진=천정환 기자


박성호 감독은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예능계에서 교양과 예능을 혼합한 형태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박 감독은 교양이라고 해서 예능으로 플어내지 못할 것 없지 않나”고 되물으며 오히려 교양을 기반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농도가 더 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 다큐와 같은 교양 콘텐츠가 오래 가는 건 ‘농도가 진하기 때문이다. 휘발성이 적다고나 할까.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예능 프로그램이 좀 더 ‘농도가 진한 교양과 만나 ‘정보를 다루는 토크쇼같은 포맷이 나오면 생명력 긴 프로가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중 또한 스스로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아직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장르들을 노출해야 한다고 보는데, 자연다큐도 그 중 하나다. 평균화를 시키기에 앞서 시청자들에 더 많은 장르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박성호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깨고 싶은 편견이 있다면 ‘매미는 해충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사람이 오히려 소음을 더 많이 만들고 있지 않나”고 말하며 자연은 ‘인간세상이 아니라 만물의 ‘공용이다”라고 말하며 인간의 잣대에 곤충들을 ‘해충으로 분류하는 것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들 때문에 곤충들이 해충 취급을 받고는 한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를 깨지 않으면 인간은 ‘인간 사회에 갇혀 살 수밖에 없다. 옛날에 세렝게티 초원을 보호한다고 원주민을 내몬 적이 있는데, 세렝게티 생태계가 변했다는 일화가 있다. 원주민도 생태계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인간이 생태계의 한 단계일 뿐이며, ‘공존과 ‘공유를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 맹목적으로 아이들에 ‘자연을 사랑하라고 말하기보단 매미의 일생을 보여줌으로서 ‘공존을 한 번 더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박성호 감독은 아직도 꿈꾸는 ‘다큐들이 많았다. 매미를 촬영한 것처럼 긴 세월동안 남산 개구리를 관찰하고 싶다며 ‘다음 목표를 전했다. 인간이 있어야만 유지가 되는 남산 생태계와 그런 남산에 자리를 잡은 남산 개구리의 일생을 관찰해보고 싶다고. 그런 박성호 감독에 다큐를 찍는 이유를 물었다. 박 감독은 자연다큐에 중독이 되는 이유는 바로 기다림의 미학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다림 끝에 아름다운 결실이 오기에, 오늘도 박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매미를 만나기 위해 반포로 향한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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