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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진짜타자] 박석민의 타석에서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입력 2016-07-20 07:02 
NC 박석민이 7월 9경기서 타율 0.438의 고감도 스윙을 이어가고 있다. 빠른 준비동작으로 타이밍을 벌면서 여유있는 타격을 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옛날부터 타격감이 좋을 때의 타자들에게 공이 수박만 하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막상 타석에서 느끼는 ‘타격감이 좋을 때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공이 느리게 보인다”는 말일 것 같다. 타격감에 물이 오르면 타자는 시야에 공의 경로가 시원하게 들어오면서 신기하게도 구질, 코스에 넉넉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18.44m 떨어진 마운드 위 투수가 던지는 시속 150km의 속구를 배트에 맞혀내는 타격의 기술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과학적으로 어려운 미션 중 하나라고 한다. 그 불가사의한 찰나를 잡고 ‘공이 느리게 보이는 기적을 실현해내는 게 바로 환상의 타격감이다.
19일 마산 SK전에서 첫 타석의 홈런으로 통산 700타점을 돌파한 NC 박석민(31)은 올 시즌 ‘안구공유를 하고 싶은 타자 중의 하나다. 틀림없이 타석에서 남보다 ‘느린 공을 보고 있을 것 같다. 한결 여유 있는 타격이 든든한 안정감을 준다.
박석민의 최근 타격을 들여다보면 준비자세부터 빠르다. 타이밍을 바짝 당기면서 시간을 벌고 시작한다. 이게 0.05초의 미세한 차이여도 어마어마한 여유로 돌아올 수 있는 곳이 타석이다. 그곳에선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속구는 절대적인 스피드보다 상대적인 스피드가 더 중요하다. 내가 대처가 된 스윙이라면 150km의 속구도 그렇게 빠르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준비동작이 좋아진 박석민의 타격은 속구든 변화구이든 타이밍이 늦는 경우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여유 있는 스윙이 날카로운 타격감을 증명하고 있다. 공이 배트가 나가다가 맞는 타격과 나가는 배트에 공을 맞혀내는 타격은 차이가 크다. 후자는 정타 히팅이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 타구를 강하고 멀리 보낼 수 있는 확률 또한 높아진다는 얘기다.
7월의 9경기서 4홈런을 섞어내며 연속안타 행진 중인 박석민은 19일까지 월간 타율 0.438(32타수 14안타)을 휘두르고 있다. 6월 말의 조절기를 지나 타격 컨디션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감이 좋아질수록 느긋하게 흐르는 타석의 마법의 시간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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