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적표 받은 날 숨진 고교생, 외국인 눈에 비정상으로 보이는 한국
입력 2016-07-19 18:34 
고교생이 학교에서 성적표를 받은 날 자신이 다니던 학원 건물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고교 2학년생인 A(17)군이 최근 성적과 관련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성적을 비관해 투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 중입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6분께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는 A 군이 한 복합상가건물 7·8층 사이 난간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건물에는 A 군이 평소에 다니던 학원이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이날 오전 A 군의 학교는 학생들에게 성적표를 나눠주고 여름방학식을 했습니다. A 군은 성적이 우수한 편이지만, 내년 대입 등을 앞두고 성적과 관련해 고민해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성적을 비관한 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은 A 군에 그치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2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날 고3 학생이 충남지역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학생의 방 안에서는 수능 성적 등을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이렇듯 최근 3년간 성적비관으로 자살한 학생은 경기지역에서만 모두 13명에 이릅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최종환 경기도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자살 학생 수는 2013년 24명, 지난해 26명, 지난해 10월 말 현재 21명 등 총 71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살 원인은 성적비관(13명·18.3%)이 가정불화와 가정문제(19명·26.7%)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입시경쟁 때문에 성적이 올라가고 내려가고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걸려있다"면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학생이 불행 속에서 지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대표는 이어 "(성적비관 자살이 늘어나면서) 자극조차 받지 못하는 어른들은 이제라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며 "대통령부터 부모까지 각성하고, 죽어가는 아이가 한 명도 없는 교육정책을 완전히 새로이 디자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외국인의 눈에는 더 비정상적으로 비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언론인 아만다 리플리가 쓴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에서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배움의 동기가 되어야 하는 경쟁이,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 버린 곳"으로 정의됐습니다.

세계의 교육 강국들을 탐사한 작가는 "(한국 교육은) 경쟁이 너무 심해지다 보니, 시험 점수에 대해 건강하지 못할 정도로 집착하고 사설 과외 학원들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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