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영업을 하는 공무원들 눈을 피해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고, 매출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제게 졸음쉼터 푸드트럭은 최고의 기회입니다.”
작년 9월부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 톨게이트 인근 졸음쉼터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호 씨(28). 그는 운영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미국 유학 중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귀국길에 오른 김 씨는 푸드트럭 창업에 나섰다. 하지만 푸드트럭이 박근혜 정부 ‘규제개혁 1호로 이름을 올리기 이전이어서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단속을 피해 다니며 지속적인 영업이 어려웠고, 하루 매출은 원가도 건지기 어려운 15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작년 한국도로공사의 졸음쉼터 푸드트럭 사업 공모에 선발되면서 김 씨의 노력은 결실을 맺게 됐다. 도로공사에서 푸드트럭을 대여받고 초기 임대료를 면제받는 등 지원도 많았지만, 김 씨 스스로도 초기 3개월간 수익을 전액 재투자하고 토스트, 커피 등 메뉴를 늘리며 노력한 끝에 하루 매출만 100만원까지 늘었다.
이제는 직원도 4명을 거느린 푸드트럭 ‘사장님이다.
김 씨는 여기서 번 돈으로 패스트푸드점을 내고 싶다”며 나와 같은 위치에 있는 청년들에게 졸음쉼터 푸드트럭은 좋은 창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위 ‘졸음쉼터가 청년 창업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에 있는 고속도로 졸음쉼터에 푸드트럭을 설치하고 청년들에게 제공하면서 새로운 창업 지원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도로공사의 청년창업 지원은 2014년 시작됐다. 도로공사는 ‘청년창업휴게소 제도를 도입하며 고속도로 휴게소 매장을 창업공간으로 제공했다. 2014년 29개 매장에서, 지난 6월말 기준 66개 휴게소의 103개 매장으로 늘었다. 졸음쉼터 푸드트럭은 이 같은 창업지원의 연장선에서 출발했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도로공사가 졸음쉼터에 푸드트럭 운영을 결정할 당시인 지난해 5월만 해도 푸드트럭은 유원지, 체육시설, 도시공원에만 운영이 가능하고, 졸음쉼터는 허용 대상이 아니었다. 이에 도로공사는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을 위한 협의에 나섰다. 공공기관에서 출발해 상급부처들이 협업에 나선 이례적인 ‘하의상달이었다. 협의 시작 열흘만에 시행규칙 개정에 합의한 부처들은 다음달인 7월말 시행규칙을 개정했고, 도로공사는 즉시 푸드트럭 창업 지원에 나섰다.
선발과정은 녹록지 않다. 기준은 자본금이나 경력보다는 ‘열정이다. 창업 의지가 있는 20~35세 청년들의 사업계획과 포부를 심사해 푸드트럭 운영기회를 제공한다.
매월 10만원만 내면 푸드트럭을 빌려주기 때문에 자본금 부담은 거의 없다. 도로공사는 창업자들의 조기 정착을 위해 영업 초기 6개월간은 매출액의 1~3% 수준인 임대료도 면제해 주고 있다. 운영기간은 1년이지만 평가를 통해 우수 운영자로 뽑히면 1년을 연장해 준다.
도로공사는 현재 시흥·김포·청계 톨게이트 등 11곳에서 운영중인 졸음쉼터 푸드트럭을 이달 안에 경부·남해고속도로에 4곳 추가하는데 이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로공사 측은 졸음쉼터 푸드트럭의 매출액은 휴게소 매장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정홍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