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삭토스트의 감동 ‘평범한 할머니의 정직함이 만든 700개 가맹점’
입력 2016-07-19 15:27 

서울 명동 ‘이삭토스트 앞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하루 종일 긴 줄을 서고 있다. 대륙에는 없는 달달한 ‘토스트맛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햄버거 가게는 대중화됐지만 토스트 가게는 없다시피 하다. 웨이보 등 중국 SNS와 가이드북에는 이삭토스트 명동점이 서울에 오면 꼭 들러야할 맛집 중에 하나로 소개돼 있다.
중국인들을 끌어모으는 맛의 비결을 묻자 정작 이삭의 창업주인 김하경 대표(61)는 글쎄, 잘 모르겠지만 정직하게 장사를 해서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거창하게 사업을 자랑하지 않고 정직하게 맛에만 전념하는 김 대표의 성품과 정성이 바로 이삭 토스트 대박의 비결이다.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는 평범한 할머니인데, 앞으로도 그저 알아채는 사람 없이 맘 편히 다니고 싶다”며 수차례 인터뷰를 거절하던 김하경 대표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인터뷰에 응했다.
이삭 토스트는 평균 수명 3~4년에 불과한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14년 이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이자 가맹 매장만 700여개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얼굴없는 대표이기를 자청하고 있다.

1995년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녀는 남편의 건강 악화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인근 대학가에 3평짜리 이름도 없는 조그만 토스트 가게를 열었다고 했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이어서 더 절실했고 7년 동안을 주 6일, 하루 16시간 이상씩 토스트를 팔았다. 매일 코피를 쏟으면서도 병원에 갈 시간이 없었다. 위궤양으로 아픈 속을 부여잡고도 가게 문을 닫지를 못했다. 그 덕에 1000원대에 팔던 토스트가 하루에 1500개씩 팔리며 ‘대박을 냈다. 김 대표는 당시 돈을 셀 시간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와 마치 신이 함박눈을 부어주시듯이 돈과 손님을 주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신도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돈을 부어주시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심는대로 거두는 거고, 세상엔 공짜가 없고, 그만큼 고생을 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케찹 등 기본적인 소스로 맛을 낸 일반 토스트였지만, 이삭토스트를 자주 찾던 한 여학생이 ‘달콤한 소스를 곁들여보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해 이삭토스트만의 ‘특제소스가 탄생했다.
김 대표는 간판없이 장사를 했기에, 정작 ‘이삭토스트 1호점은 그녀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주어졌다. 2003년 아파트 단지에서 좌판을 펼치고 장사를 하던 젊은 부부를 우연히 보고, 그들이 눈에 밟혀 며칠을 고민한 끝에 장사비용을 대줄테니 내가 했던 토스트 장사를 해 보겠냐”고 제안했다. 가게 계약부터 기계 설비, 인테리어까지 8000만원이 넘는 돈을 사비를 털어 지원했다. 고마워 하며 가게 이름을 정해달라는 부부의 요청에 성경에 나오는 인물 ‘이삭의 이름을 따 이삭토스트라는 이름도 선물했다. 김 대표의 표현대로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은 2003년 1호점 이후 14년 동안 700개로 늘어난 매장 수가 보여준다. 대전 한남대에 있는 1호점을 보고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가게를 내고 싶다며 찾아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늘 마지막이 아니면 하지 말라”고 만류했다. 그녀의 ‘장사를 말리는 습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삭토스트는 현재 마카오에 매장이 있고 연내 대만에도 매장을 낼 예정인데 해외에 매장을 내는 족족 점주들을 말렸다. 마카오 매장을 하시는 분은 처음에 아내가 한국인이라 몇번 한국에 와서 토스트를 먹어보고는 꼭 마카오에 매장을 내고 싶다고 찾아왔더라고요. 저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을 왜 시도하려고 하느냐, 많이 도와주지도 못한다 잘 안될 수도 있다며 여러번 말렸어요. 그런데 그래도 결국은 매장을 내셨어요. 대만도 마찬가지예요. 너무 간절히 원하셔서, 거절을 못해서 이렇게 됐네요”
하지만 김 대표의 걱정과 달리 이삭토스트는 해외에서도 ‘잘 나가고있다. 마카오는 1호점을 낸 현지인이 2호점을 추가로 개설했고, 팝업스토어형태로 임시 운영중인 대만 매장은 손님들이 매장 안에 이중, 삼중으로 줄을 서 토스트를 사 간다.
김대표에게 수명 짧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은 ‘장수비결을 물었다.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게 비용창출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욕심 없는 사장 덕에 이삭토스트는 여전히 가맹비, 로열티를 전혀 받지 않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된다. 인테리어나 물품 조달도 업체를 연결해 직거래 하게끔 하고 별도로 관여하지 않는다. 이삭의 특제소스나 일회용품(컵) 등만 직접 가맹점주들에게 제공해 수익을 낸다. 여기에 월 4만 5000원의 광고분담금이 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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