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북한 '난수 방송' 16년 만에 재개…"459페이지 35번"
입력 2016-07-19 10:30 
사진=연합뉴스
북한 '난수 방송' 16년 만에 재개…"459페이지 35번"



북한이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단했던 남파 공작원 지령용 난수(亂數) 방송을 16년 만에 평양방송을 통해 재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 평양방송은 지난 15일 정규 보도를 마친 00시 45분부터 12분 간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수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다"면서 "459페이지 35번, 913페이지 55번, 135페이지 86번…"과 같은 식으로 다섯 자리 숫자를 잇달아 방송했습니다.

특정 책자의 페이지와 글자의 위치를 통해 남파 공작원에게 지령을 내리는 듯한 방송이었습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런 난수 방송과 관련해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중단했지만 과거에 남파 간첩들을 대상으로 사용했던 방식"이라며 "북한은 과거 대외용 평양방송을 통해 자정께 김일성, 김정일 찬양가를 내보낸 뒤 난수를 읽어 남파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렸다. 15분 정도 낭독한 뒤 다시 한 번 더 읽어주는 방식"이라고 밝혔습니다.


유 원장은 "난수표 방송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며 "첫째, 실제 남파 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리는 것으로 간첩마다 고유번호가 있어서 실제 임무를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둘째, 남한 정보당국을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허위로 보내는 방식과 셋째, 남파간첩을 대상으로 실제 상황이 아닌 정기훈련으로 내보내는 방식이 있다"며 "북한이 난수 방송을 재개한 것은 대남공작 활동을 재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난수 방송은 디지털 시대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아날로그 방식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대남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공작원에게 지령을 내릴 때 '스테가노그래피(Stegano Graphy)'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방식은 왕재산 간첩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됐으며, 비밀메시지를 영상이나 오디오 파일에 은닉하는 기술입니다.

당시 왕재산 간첩단 연루자들이 보낸 메일은 국내 중앙일간지 기사 형태로 전달됐으며 암호를 해독하면 실제 메시지가 뜨는 방식입니다.

난수 방송은 보안상 위험 때문에 남파간첩들 사이에선 더는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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