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포켓몬 고가 뜨는 와중에 슬쩍 숟가락 얹는 주식들
입력 2016-07-19 06:02 
[증권투자 비밀수첩-95] 요즘 SNS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지난 7월 7일 닌텐도가 출시한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다. 국내에서 포켓몬 고를 할 수 있는 강원도 속초를 방문한 인증샷들이 넘쳐난다. 해외로 휴가를 떠난 사람들의 경험담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닌텐도는 2009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왜 우리는 닌텐도 게임기 같은 걸 못 만드나"라고 질타할 정도로 한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스마트폰 대중화와 더불어 위기를 맞았다. 모바일 게임 대신 기존 게임기 사업을 고집한 닌텐도는 2011년 30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점점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던 닌텐도가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게임을 내놓으면서 단숨에 최고 관심 기업으로 부활했다.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닌텐도 주가의 시가총액이 출시 직전인 6일 2조372억엔에서 15일 3조9356억엔(약 42조원)으로 7거래일 만에 20조원 증가했다. 이는 닌텐도가 휴대용 게임기 3DS를 공개했던 2010년 6월 이래 약 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또 몬스터볼, 알 부화기 등 아이템 판매가 아직까지 주된 수익원인 상황에서 지난 11일 하루에만 160만달러(미국 애플 앱스토어 기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애널리스트들도 갑작스런 포켓몬 고 열풍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정승기 동부증권 연구원은 "머신러닝,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기술에 대한 테마는 지속적으로 제시돼 왔지만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며 "포켓몬 고는 새로운 기술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신기술에 관심을 불러오는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연구원은 "신기술 비상장 주식 투자에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강조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게임 시장은 AR가 결합된 게임들로 장르가 다변화돼 시장 파이가 확대될 것"이라며 "아울러 AR와 LBS(위치기반서비스)를 활용한 수익 모델이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래에셋증권은 포켓몬 고 열풍으로 알파벳, 페이스북, 액티비전 블리자드(게임업계의 왕좌), 일렉트로닉 아츠(스포츠게임 전문), 텐센트(중국 최대 게임회사) 등을 수혜주로 꼽았다.
 반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재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나이언틱(포켓몬 고 개발사)에 출자한 포켓몬컴퍼니는 닌텐도 지분이 32%에 불과해 닌텐도의 직접적인 수익에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내년 발매를 목표로 개발 중인 콘솔게임기 닌텐도NX가 어떤 기발한 콘텐츠를 내놓을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AR에 기반한 포켓몬 고 열풍에 은근슬쩍 VR(가상현실) 관련 기업들이 숟가락을 얹으려는 모습도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용 VR게임을 개발 중인 한빛소프트 주가는 지난 8일 4900원에서 15일 1만150원까지 급등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포켓몬 고와 VR게임은 형식과 내용이 상이하고 VR는 어지러움증 문제로 수익화가 단기간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VR 분야는 어지러움증 해소를 위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의 변화(현재 LCD에서 OLED로의 교체)가 이뤄지는 2017년 이후에나 의미 있는 시장 확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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