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하나금융, 핀테크 손잡고 `SNS로 대출심사` 시대연다
입력 2016-07-18 17:47  | 수정 2016-07-18 19:49
하나금융그룹이 서울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개최한 `하나 핀테크 데모데이`에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둘째)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맨 오른쪽)이 핀테크 스타트업의 부스를 들러 보유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 = 하나금융그룹]
◆ 금융그룹-핀테크 스타트업 상생전략 / ① KEB하나금융 ◆
# 직장인 박지영 씨(38)는 최근 눈여겨본 고가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800만원을 빌리기로 했다. 박씨는 잘나가는 대기업 여성 팀장인 데다 신용등급 역시 1등급이라 금리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은행에서 대출심사를 받은 결과 '대출한도 300만원, 금리 9%'라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은행 직원은 "지난달에 명품 지갑 등을 구입했고 유럽 여행까지 다녀와서 재무 상황이 안 좋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사진도 소득을 감안할 때 호화로워 보이는 내용이 많아서 상환 능력이 떨어진 상태로 보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단순히 신용등급뿐만 아니라 고객의 실제 소비 패턴과 재무 상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 등 '살아 있는' 정보로 심사가 진행되는 미래의 대출 현장이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지만 실제로 하나금융그룹이 소셜신용평가서비스 업체인 (주)핀테크와 손잡고 연구 중인 신용평가 시스템이다.
하나금융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해 자체 지원센터인 '원큐랩'을 통해 적극 육성하는 한편 다양한 핀테크 기술을 계열사 서비스에 직접 적용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핀테크 스타트업 7곳과 상생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원큐랩 3기'를 출범했다고 18일 밝혔다.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은 이달 중 원큐랩 1기 출신인 (주)핀테크와 손잡고 오픈마켓 판매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인 '하나1Q셀러론'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상품은 개인 신용등급뿐만 아니라 SNS 활동내역, 카드·휴대폰 사용내역 등 빅데이터를 기초로 사업자의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 한도, 금리 등을 결정한다. 하나금융은 다른 계열사에도 새로운 빅데이터 신용평가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쇼핑몰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판매자가 대출을 받으려면 금융사를 직접 방문해 인감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하고 심사에도 2~3일가량 소요된다. 그러나 이 상품을 이용하면 온라인으로 당일 신용평가가 끝나고 실제 입금까지 완료된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주)핀테크는 하나금융이 운영하는 핀테크 육성센터인 '원큐랩' 1기 출신이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원큐랩은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빌딩 19층에 위치해 있다. 약 60평 규모 공간에 3~5개 팀의 유망 핀테크 기업을 입주시킨 뒤 밀착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나금융은 원큐랩에서 1~3기 총 13개 기업을 대상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현재는 블록체인 업체 센트비, 플라이하이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뉴로다임, 크라우드펀딩업체 인크 등 4개 팀이 입주해 있다. 입주할 기업은 주로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을 통해 추천받는다. 후보가 정해지면 한 달에 한 번 임원 10여 명이 참석하는 '스타트업운영위원회'에서 최종 입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핀테크 회사가 원큐랩을 이용할 수 있는 시기는 기본 12주며,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연장이 가능하다. 원큐랩에 입주한 핀테크 기업은 사무실 제공뿐만 아니라 멘토링, 법률 자문 등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핀테크 기업이 하나금융과 협업해 얻게 되는 가장 큰 혜택은 실제로 공동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은 원큐랩에서 육성하는 (주)핀테크 외에도 원큐랩 1기 기업인 파이브지티의 안면인식 기술을 현재 하나은행 영업점 8곳의 직원 출입 시스템에 시험 적용하고 있으며, 향후 은행 뱅킹 시스템에도 도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큐랩에 입주한 기업 중 사업성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서는 직접 투자를 진행하거나 하나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해 벤처투자자와 핀테크 기업을 연계해 주기도 한다. 현재까지 투자를 받은 기업은 (주)핀테크 한 곳으로 1억원을 투자받았다.
한준성 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전무는 "아이디어가 좋은 핀테크 기업을 발굴해 실제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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