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내 제약업계도 M&A 시동 걸렸다
입력 2016-07-18 16:07 

인수합병(M&A)은 글로벌 제약사의 중요한 성장의 수단이다. 지난해 성사된 제약·바이오업종의 M&A규모만 해도 3970억달러가 넘는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2위 제약사였던 화이자가 올해 1위 제약사로 뛰어오른 것도 지난해 11월 세계 1위 보툴리눔톡신 업체 앨러간을 1550억 달러(약 180조원)에 인수합병했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M&A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
이에 반해 지금까지 국내 제약업계는 M&A 무풍지대였다. 복제약 만들어서 영업 잘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굳이 M&A가 필요없었다. R&D와 신약 중심으로 국내 바이오·제약업계가 방향을 전환하면서 국내 업체간 M&A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이달 초 바이오기업인 프로톡스가 중소제약사 메디카코리아 지분 51%와 경영권을 380억원에 인수했다. 프로톡스는 신개념 보툴리눔제제인 ‘프로톡신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기업으로, 보툴리눔 제제 생산시설 구축을 위해 메디카코리아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메디카코리아는 피부과 분야에 강점을 지닌 중소제약사로 피부과 사업부를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해와서 프로톡스의 영업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의 제약·바이오분야 M&A는 제약사가 바이오기업을 인수하는 글로벌 M&A트렌드와 달리 바이오기업이 중소 제약사를 인수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연구개발에 집중해온 바이오 기업들이 이제 양산단계에 접어들자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서 중소제약사에 눈길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제네릭에 집중해 와서 한계에 직면한 중소 제약사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M&A 제안이 솔깃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에는 항체-약물 복합체(Antibody-Drug Conjugates: ADC)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기업 레고켐바이오가 한불제약을 M&A했다. 한불제약은 내용고형제, 경질캡슐, 연질캡슐 및 점안제 등을 제조할 수 있는 GMP 인증시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레코켐바이오는 까다로운 허가와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생산 시설을 확보했다.
이에 앞서 크리스탈지노믹스도 지난해 12월 관계사 화일약품과 함께 비티오생명제약을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비티오생명제약은 지난 2014년 112억원 매출의 중소제약사 비티오제약에서 생산설비 위주로 우량자산만으로 분할 설립된 신설법인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자체 생산을 통한 수익율 극대화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에서 인수합병을 결정했으며, 신약 아셀렉스 등의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큰 폭의 수익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셀트리온의 한서제약 인수나 2011년 화성바이오팜의 경남제약 인수 등 바이오 기업의 제약회사 인수는 간헐적으로 있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기업의 제약사 인수가 앞으로는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예전에는 바이오기업과 제약사간 접점이 별로 없었는데 바이오기업의 연구성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면서 생산시설을 확보할 필요성을 느끼지 시작했다”며 더구나 제약사 인수는 생산시설 확보와 영업력 강화를 한꺼번에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특히 바이오 기업에 자금이 몰리면서 이 자금을 생산시설과 마케팅 조직 확장을 위해 사용하려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또다른 바이오 기업 한 곳도 제약사와 M&A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사모펀드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 한 곳이 최근 리베이트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제약사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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