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멘트업계 1위 놓고 치열한 ‘왕좌의 게임’
입력 2016-07-18 15:24  | 수정 2016-07-18 16:14

시멘트업계가 모처럼만에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주요 기업들의 주인이 바뀐데다 하반기 대형 인수·합병(M&A) 건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18일 시멘트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시멘트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올 하반기에 현대시멘트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2010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시작한 현대시멘트는 매각 필요성이 수시로 제기됐지만, 연대보증한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관련 재무부담으로 지체되었다. 최근 파이시티 부지가 하림그룹에 매각되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자 채권단 역시 매각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시멘트는 지난해 매출액 기준 국내 7위 시멘트 제조기업이다. 국내 시멘트 시장은 상위 7개 기업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현대시멘트의 점유율은 7.38%다. 단일 점유율만 놓고 보면 별 의미 없지만, 현재 1위인 쌍용양회(28.78%)와 한일시멘트(21.21%)의 격차가 딱 7%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현대시멘트의 향방에 따라 업계 1위가 바뀔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현대시멘트는 규모는 작지만 동양시멘트, 한라시멘트, 쌍용양회 등 최근 1~2년 사이 이뤄진 다른 매각에 못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삼표그룹이, 한라시멘트와 쌍용양회는 각각 사모펀드인 글랜우드PE와 한앤컴퍼니에 매각됐다.
현대시멘트 인수전은 사모펀드와 기존 시멘트기업의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가장 먼저 한앤컴퍼니가 꼽힌다. 한앤컴퍼니는 업계 1위인 쌍용양회를 비롯해 대한시멘트, 한남시멘트 등 중소 시멘트 기업을 보유한 업계 큰 손이다. 쌍용양회 인수를 통해 구축한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뛰어들 수 있다. 유암코(연합자산관리)도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의향을 공식적으로 피력했다. 최종적으로 매각공고가 나오게 될 경우 더욱 많은 후보가 나타날 전망이다.

반면 기존 시멘트 기업들은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고 있다.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수 있는 자금여력을 갖춘 기업은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가 거론되고 있지만 인수의지를 나타내는 곳은 아직 없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현대시멘트 매각과 관련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강원도 영월, 충북 단양 등 현대시멘트 공장이 주로 내륙에 위치해있어 역시 내륙에 공장을 둔 한일시멘트와의 시너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시멘트나 아세아시멘트의 참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시멘트업계는 과거 건설호황기에 맞춰 설비투자가 이뤄진 탓에 공급과잉 상태다. 사모펀드의 지배력이 커진다면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이 상위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업계 터줏대감들은 사모펀드가 자금력을 앞세워 치고 들어오면서 긴장하고 있다”며 사모펀드가 기존 시멘트업계에 메기와 같은 좋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밝혔다.
<국내 시멘트시장 상위 7개사 점유율>
쌍용양회 = 28.78%
한일시멘트 = 21.21%
성신양회 = 13.23%
동양시멘트 = 11.44%
한라시멘트 = 9.47%
아세아시멘트 = 8.49%
현대시멘트 7.38%
(매출액 기준. ※자료 =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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