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역 일대 롯폰기힐스식 복합개발 추진

서울 수서역 일대는 오랫동안 강남 변방에 머물러왔다. 행정구역은 강남구이지만 '끄트머리'에 위치한 데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비닐하우스 등이 많아 '강남'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런 수서역 일대가 연말 개통 예정인 수서발고속철도(SRT)를 시작으로 환골탈태한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수서역 일대는 역세권 개발 성공 모델로 꼽히는 도쿄 롯폰기힐스를 벤치마킹해 이르면 내년부터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주거·상업·업무·문화 기능을 갖춘 복합타운으로 거듭난다. SRT를 비롯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수서~광주 복선전철, 기존 지하철 3호선과 분당선 등이 교차해 강남과 판교 동탄 평택 등 수도권 남부 주요 도시는 기본이고 부산과 목포 등 전국과 연결되면서 강남역과 삼성역에 이어 동남권 교통 '미니 허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지하철 3호선 수서역 일대 그린벨트 용지 38만6000㎡를 공공주택지구로 확정했다. 지구 북측인 수서역세권 환승센터 복합단지 개발이 우선 본격화될 예정이다. 현재 지하 2층~지상 3층에 연면적 8716㎡ 규모의 SRT역사 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고속철도 운영사인 SR 관계자는 "오는 11월 말 준공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하 공간도 커진다. 현재 SRT역에서 지하철 3호선 수서역과 이어지도록 길이 약 200m에 이르는 무빙워크가 설치되고, SRT역사 기준으로 좌측 지하에서 공사 중인 GTX 대합실과 우측 지하에 이르면 내년 착공하는 수서~광주 복선전철 대합실이 각각 완성되면 SRT 대합실과 연결될 예정이다. 지하 환승통로를 다 합치면 대략 잠실 야구장(1만3880㎡) 크기의 지하 공간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인근 용지도 해외 도시 역세권처럼 지하를 연계시켜 개발될 경우 거대한 '지하세계'가 펼쳐질 전망이다.
지상에도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서울시와 철도시설공단 등이 계획 중인 사업 추진 방안을 살펴보면 용도지역을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 오피스와 주거, 시네마, 미술관, 전통정원 등이 한데 어우러진 롯폰기힐스처럼 △상업(백화점·마트) △업무(오피스·호텔·레지던스) △문화(공연장·영화관·컨벤션) 기능을 합친 복합도시로 조성될 전망이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장기적으로 바로 옆 수서차량기지(22만9518㎡)도 상업·업무시설로 개발해 전국 단위의 유통·IT·4차산업 집적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송파 문정법조단지 중심상업지인 '컬처밸리'와 이어지도록 탄천에 보행 브리지를 설치하는 것도 검토된다. 지구 남측에는 공공주택 2800여 가구가 공급된다.
서울시 SH공사는 시행자로 사업 참여를 추진해 주목된다. 공공 디벨로퍼로 변신 중인 SH공사가 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에 뛰어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탄천 개발과 연계해 문정지구와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탄천을 잘 정비하면 탄천을 사이에 둔 수서역 일대와 문정지구가 새로운 상권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2018~2019년 입주하는 헬리오시티(9510가구) 등이 배후 수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RT역사 맞은편에 위치한 수서동 727 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 건립 여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시는 이곳에 행복주택 건립을 추진하지만 강남구가 강하게 반발하며 분당선 한티역 7번 출구 앞 구유지를 제안한 상태다. 자투리땅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향후 달라지는 수서역 일대 주변 여건을 볼 때 상시 주거시설이 들어서기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